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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들 Jul 10. 2021

#12 너로 인해서 슬퍼졌어




오늘은 남편에게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간밤에 내가 기분이 나빴던 것은 이러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당신도 당신 나름의 사정은 있었겠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어쩌구 저쩌구 장문의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나열해 보아도 영 내 마음이 전달되지 않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당신의 행동으로 인해 나는 너무나 슬펐다’라는 한 문장을 넣자 비로소 내 마음이 완벽하게 전달되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왜 처음부터 내가 슬펐다는 문장을 넣지 않았을까. 어쩌면 당신이 나에게 영향을 줬음을 인정하기 싫어서이지 않았을까. 나는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강인한 존재라고 과시하고픈 마음이 나도 모르게 드러난 것이 아닐까.


타인으로 인해 내가 슬퍼졌음을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순간 상대는 나에게 더없이 미안한 감정을 느끼고 진실된 사과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타인을 슬프게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이야말로 소통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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