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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들 Dec 01. 2021

내가 Brunch를 쓰는 이유


브런치를 쓴지도 어언 반년이 다 되어 간다. 오늘은 남들 앞에 나서는걸 죽기보다 싫어하고 나홀로 메모장에 글을 끼적이던 내가 브런치를 쓰는 이유에 대해 적어볼까 한다. 누구도 물어보지 않았지만 쓰는 ‘내가 브런치를 쓰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중독성’이 없다.



사람들이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어야 돈이 되는 SNS매체로써 ‘중독성’이 없다는 사실은 언뜻 엄청난 굴욕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브런치는 계속 쓰고 싶은, 또 오래 장수할 수 있는 SNS라고 생각한다.


내가 인스타그램을 그만둔 이유는 바로 중독성때문이었다. 나는 한때 인스타에 중독되어 아침부터 밤까지 인스타에 빠져 살았다. 좀 더 예쁜 사진, 좀 더 좋아요를 많이 받을 수 있는 사진을 찍기 위해 쉴새없이 셔터를 눌러댔고, 좋아요 수와 댓글에 집착했다. 인스타그램이 알고리즘을 통해 제공하는 취향저격 사진과 동영상을 보느라 한 번 앱을 키면 한 시간쯤은 아무렇지않게 사라졌다.


한 번은 한밤중에 자다가 잠시 눈을 떴는데 본능적으로 인스타를 켰다가 밤을 꼴딱 샌 적도 있다. 좋게 말하면 트렌디한 사람이 되어갔고(모든 최신 인터넷짤 섭렵) 나쁘게 말하면 인스타에 빠진 폐인이 되어갔다. 24시간 핸드폰을 붙들고 있으니 눈도 침침해지고 목과 허리에 통증이 생겼다. 심각성을 깨달은 나는 오랜 고민 끝에 인스타그램을 핸드폰에서 지워 버렸다.


1년 여를 인스타 없이 살아보니 삶에 평온이 찾아왔다. 핸드폰 사용 시간도 절반 가까이 줄었다. 하지만 역시 SNS없는 삶은 무료했다. 인스타의 자극적인 게시물들이 그리워졌다기보단 누군가와 다시 소통하고 싶어졌다. 내 이야기를 하고 싶고 나라는 사람을 표출하고 싶었다. 하지만 또 다시 인스타 폐인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런 저런 대안을 찾아보던 중 고민끝에 시작한 것이 브런치였다.


브런치 작가 통과가 생각보다 어렵다는 글을 인터넷에서 접하고 조금 주눅이 들긴 했지만 핸드폰 속에 끼적여놓은 글이 많았던 덕에 한번에 작가신청이 통과되었다.


브런치는 글을 바탕으로  SNS 확실히 사용시간이 적었다. 하루에 많아야 10? 20 정도? 마음에 드는 글을 찾으면 계속 읽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바로 앱을 종료하게 된다.  많이 읽고  재밌는 글을 읽고 싶다는 강박도 없다. 사진이나 동영상처럼 시각적이지 않고 즉각적이지 않기 때문에 중독성도 낮다. 소통은 하되 중독성 없이 내가 원할 때만 이용할  있는 것이 브런치의  번째 장점이다.



두 번째, 심리적인 박탈감에서 해방될 수 있다.




인스타를 하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감정을 느껴봤을 것이다. ‘뭐야, 나만 빼고 다 잘 먹고 잘 사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어둡고 우울한 사진보다 멋있고 아름다운 사진에 더 흥미를 느낀다. 현실 삶은 시궁창이얼지언정 인스타 피드만은 반짝 반짝 빛나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 덕분에 인스타에는 잘나고 멋지고 신나는 사진이 넘쳐나게 되었다. 모두의 아름답고 신나고 행복한 사진들의 집합소가 된 인스타를 하다보면 자의든 타의든 나의 현실 삶과 타인의 사진속 삶을 비교하게 된다.


신기함으로 시작된 감정은 부러움으로 바뀌고 부러움은 곧 질투와 시기로 변한다. SNS는 다 허상이야, 라고 마음을 다잡으려 해도 나는 저들보다 불행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아름답고 환상적인 것으로 넘쳐나는 인스타는 아이러니하게도 나에게 비참하고 쓰라린 감정만 안겨주고 말았다.


브런치에 올리는 글들은 잘나고 멋질 필요가 없다. 슬프고 아픈 글이어도 진심만 녹아있으면 타인에게 공감받을  있고 위로받을  있다. 오히려 너무 잘난체 하는 글에는 눈길이  간다. 설령 누군가가 과시하듯  글을 발견했다 하더라도 안읽으면 그만이다. 의도치않게 박탈감에 시달리게 될 일이 훨씬 적다. ‘친구의 친구의 친구 어디서  했다는 묻지도 궁금하지도 않은 시시콜콜한 얘기를 듣지 않아도 돼서 피로감도 적다(페이스북 보고 있나?)


이렇게 브런치는 존재를 숨기고 글만 쓰고 싶은 나같은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었는데 요즘 카톡과 연동되는 기능이 생기는건 좀 의아하다. 점점 페이스북의 길을 걸으려 하나. 암튼 난 연동은 안 할 예정.



세 번째, 글쓰기 실력이 향상된다.



예전에 ‘지금 사랑하지 않는 모든 자, 유죄’라는 책이 있었다. 나는 ‘지금 글쓰지 않는 자, 유죄. 아니, 자기 손해’라고 말하고 싶다. 글쓰기는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간단하면서도 가장~~~ 유용한 무기다. ‘한국에서 나고 자라 대학까지 나오고 평생 보고 쓴게 한국말인데 내가 글 하나도 제대로 못쓸까봐?’라고 생각하고 있진 않은가? 사실 나도 불과 얼마전까지 그렇게 생각했다.


초창기에 브런치에 올렸던 글을 지금 다시 읽어보면 정말 눈뜨고 봐줄 수가 없다. 나름 고치고 고치고 또 고친 글인데도 지금 다시 읽어보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닭고기에 소금만 뿌려놓는다고 요리가 되지 않는 것처럼 종이에 연필을 휘두른다고 해서 다 ‘글’이 되는 건 아니다. 나는 그냥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 뿐이지, 정작 글을 쓸 줄은 모르는 ‘글 무식자’였다(지금도 그렇지만).


하지만 요리도 그림도 운동도 뭐든지 하면 할수록 는다. 특히나 글은 더더욱 그렇다.


그동안 비정기적이나마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 느낀 것은 조금씩 글이 정제되고 글쓰기 자체가 수월해진다는 것이었다. 예전에는 하고 싶은 말만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고 결론이 없는 글을 썼다면 이제는 그래도 조금은 글의 얼개라는 것을 생각하며 쓰게 되었다. 그리고 더 글을 쓰면 본인의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가끔 누군가로부터 질문을 받았을 때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나중에 ‘아! 그때 이렇게 대답할걸!!’ 하고 후회해본 적이 있지 않은가?(전 매우 자주 그렇습니다). 그건 다 평소에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서이다. 평소에 특정 주제에 대해 글을 쓰는 연습을 하다보면 산발적으로 존재하던 생각들을 정리하게 되어 말도 조리있게 할 수 있게 된다.


사실 내가 쓴 (개똥같은) 글을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쑥쓰러운 일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사람들 앞에 발가벗고 서 있는 기분마저 든다. 내 생각과 지식이 다 까발려지는 것 같아 ‘발행’버튼을 누르는 것이 망설여지고 또 망설여졌다. 하지만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글을 올림으로써 누군가에게 읽혀진다는 사실은 막중한 책임감과 동시에 나에게 엄청나게 큰 힘을 불어 넣어준다. 사실 내가 브런치에 글을 올린다 한들 실질적으로 읽어주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부담을 가질 필요도 없다. 설령 내 글을 읽고 ‘개똥같은 글이네’라고 생각했다 할지라도 이 바삐 돌아가는 세상에서, 내가 끼적인 글을 시간내서 읽어줬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한 일이다.


사실 이 세 가지 외에도 많은 장점이 있다. 브런치는 카카오의 자회사라 카카오톡 채널에 노출되는 기회가 많아 운이 좋으면 떡상(?)을 기대해볼 수 있다. 가끔 방문자가 몇 만명씩 들어오면 무서울 때도 있지만 나쁘지 않은 경험이다. 아, 악플이 없는 것도 브런치의 장점이다. 심사를 통해 작가를 받는 만큼 그동안 브런치를 하면서 의미없는 악플을 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정제된 글을 쓰리라 마음 먹었지만 참지못하고 막판에 하고 싶은 말을 또 마구 뱉어버렸다. 암튼 결론은 그래서 나는 오늘도 브런치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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