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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들 Nov 12. 2021

재택근무의 맛

회사 가기 싫다.



오전 8시 30분.

알람이 울리지 않아도 중천에 뜬 해 때문에 저절로 눈이 떠진다. 개운하게 기지개를 한번 쭉 켜고 대충 양치와 세수를 한 뒤 토스트를 한 입 물고 8시 50분, 컴퓨터 앞에 앉는다. 밤새 들어온 이메일을 확인하고 이런저런 오전 업무를 하다 보면 시계가 11시를 가리킨다. 그러고보니 빨래가 쌓여있었지 싶어 세탁기에 세제를 넣고 세탁을 시작한다.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일하다 보면 점심 시간. 집에 있는 밥과 반찬으로 대충 10분만에 끼니를 때우고 바닥에 앉아 스트레칭을 한다. 바닥이 지저분한 것 같아 대충 청소기도 돌린다. 다시 업무로 복귀해 일을 하다보면 띠리링 세탁기가 다 됐다는 소리가 들린다. 건조기에 세탁물들을 넣고 다시 업무를 본다. 몸이 뻐근할 땐 중간 중간 바닥에 앉아 스트레칭을 한다. 어느새 6시가 다가오고 업무가 종료되면 컴퓨터를 끄고 1초만에 침대에 눕는다. 옷을 갈아입을 필요도 없다. 아침에 입고 있던 수면바지 차림 그대로니까. 바닥에 너저분하게 떨어진 옷들과 수건도 없다. 출근 준비를 안했으니까.


코로나가 나에게 미친 영향중 하나는 바로 ‘재택근무의 맛’을 보게 했다는거다. 마치 있긴 있는데 어디에 존재하는지 모르겠는 유니콘같았던 ‘재택근무’를 실제로 경험해보니 안그래도 가기 싫은 회사가 더 가기 싫어진다.


재택근무는 사회적 거리두기뿐만 아니라 교통혼잡, 지옥철 스트레스를 경감시키며 무엇보다도


개인의 삶의 질이 훨~~~~씬
높아진다는 이점이 있다.


출퇴근을  때는 지옥철에 에너지를  빼앗겨 퇴근  집에 오면 가락 하나 까딱하기가 싫었다. 돼지우리같은 집에서 겨우 잠만 자고 다시  출근을 했다. 그렇게 1주일을  보낸 후에야 주말에 겨우 밀린 청소며 빨래며 집안일을 할 수 있었다. 1주일치를 몰아서 하다보니 하기도 싫고 금쪽같은 주말이 집안일만 하다가 사라지는 것도 억울했다.


재택근무는 가사일을 하기 위해 잠깐 잠깐씩 몸을 움직이는 시간이 스트레칭 겸 기분전환을 도와준다. 무엇보다 업무를 마친 후 깨끗한 집에서 휴식할  있다는 점이 최고다. 어차피 사무실에 출근해도 커피 마신다, 담배 핀다, 수다떤다 하면서 틈틈이 휴식을 한다.  시간을 가사에 쓰니 삶의 질이 올라가는게 느껴졌다. 위드코로나로 전환되면서 눈에 띄게 늘어난 지하철  사람들을 보며 팬데믹그립기까지 했다. 위드코로나가 되더라도 직장인 재택근무 시스템은 그대로 유지해주면 좋으련만. 지옥철 속으로 꾸역꾸역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찡기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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