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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들 Nov 09. 2021

코로나라는 악몽



추적추적 비 내리는 어느 아침. 여느 때와 같이 출근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 이제 이 비가 그치고 나면 훨씬 더 추워지겠지. 그래도 비가 와서 그런지 공기도 상쾌하고 왠지 싫지만은 않은 비다. 골목길을 지나니 통학버스를 기다리는 아이들과 보호자들이 보인다. 요즘엔 이렇게 통학버스가 다니는구나 라고 생각하며 지하철역으로 향하는데  기분 탓일까, 보호자 중 유독 아주머니 한 분이 나를 이상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것 같다. 뭐지? 아는 사람인가? 아님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 나도 모르게 얼굴에 손을 대는 순간 깨달았다.


‘헐, 마스크를 안끼고 나왔네’


나는 황급히 목도리를 코 위까지 끌어 올리고 주변에서 가장 가까운 편의점을 찾았다. 최대한 빨리 자연스럽게 마스크만 사서 나가야지 했는데 도무지 마스크가 눈에 띄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저… 마스크가 어디 있나요?”


라고 물어보았는데 허무하게도 마스크는 계산대 바로 앞에 위치해 있었다. 마스크를 얼른 골라 계산을 하려는데 편의점 주인 아저씨가 말했다.


“마스크를 안가지고 나오셨나봐요. 허허”

“…네… 죄송합니다.”

“여기서 쓰고 나가셔도 되는데…!”

“아니에욧! 죄송합니다~”


나는 계산을 마치자마자 황급히 편의점을 빠져나와 봉지를 뜯고 마스크를 썼다. 그제서야 나는 화생방 훈련에서 방독면을 쓴 군인처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스크가 없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채 지하철까지 탔다면 어땠을까. 아까 그 아주머니의 눈빛을 한 수십명의 사람들로부터 따가운 눈초리를 한 몸에 받았을 것을 생각하니 생각만으로도 끔찍해졌다. 어쩌다 세상이 이렇게 되었을까. 난 사실 아직도 지난 2년동안의 일이 꿈만 같다. 우리 모두가 다함께 2년이라는 길고 긴 악몽을 꾸고 있는 것만 같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끔찍한 악몽 속에서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들이 있다. 이 꿈에서 깨어나면, 모든 일이 없었던 것처럼 사랑하는 이들이 돌아오면 좋으련만 그럴 수 없다. 아침부터 괜시리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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