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밥 데이트

by Bell

시간을 내서 엄마와 데이트를 한다.

식당에서 밥을 먹는 소소한 데이트인데 그 시간이 갖는 가치는 소소하지 않다.


식당을 고르는 기준이 있다.

맛집으로 너무 알려진 곳이 아닐 것, 부담스러운 가격이 아닐 것, 불친절한 곳이 아닐 것, 메뉴는 엄마도 나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맛집으로 유명한 곳은 찾는 사람이 많다 보니 식사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렵다. 엄마와의 데이트는 음식도 음식이지만 함께 보내는 시간도 중요해서 여유가 있어야 했다. 그렇다고 손님이 너무 없어도 곤란했다. 빨리 자리를 비워줘야 할 것 같고, 재료의 신선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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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함께 돈가스를 먹었다. 돈가스는 엄마와 내가 좋아하는 메뉴인데 요즘에는 가게마다 특색이 있어서 똑같은 돈가스는 없는 듯하다.


그날 우리 옆자리에는 모자(母子)가 앉았다. 아들은 중학생 정도 되어 보였는데 학원 상담을 받고 오는지 테이블 위에 안내 책자를 올려놓았다.


메뉴를 주문한 뒤 엄마는 아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학원 상담에서 들은 내용, 성적, 진로와 같은 내용이었다. 설명이 길어질수록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아들이 말이 없자 주변을 둘러보던 엄마는 미처 보지 못한 영수증 리뷰 이벤트로 만두를 주문했다. 나는 엄마와의 대화가 끊길 때마다 건너 들려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엄마도 나를 저렇게 키우셨겠구나’

당연하지만 지금껏 당연하지 않았던 생각이었다.


나는 학교생활에 크게 흥미가 없었지만 하고 싶은 게 많았다. 가진 것보다 가지고 싶은 게 많아서 넉넉하지 않았던 살림에 엄마를 힘들게 했다. 그때는 몰랐다. 지금도 모르는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돈가스는 맛있었다. 엄마도 내가 맛보시라고 건넨 돈가스까지 다 드셨다.


엄마와 밥 데이트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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