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 엄마 내가 잘할게
직장인이 가슴에 사직서를 품고 다닌다면
자식들은 가슴에 호강을 품고 살 것 같다.
언젠가는 우리 부모님도 남부럽지 않게 호강시켜 드려야지 하는 기약할 수 없는 호강 포부.
"우리 엄마 일 그만하게 해야지, 좋아하시는 여행 실컷 보내드려야지.
우리 아빠 남들 앞에서 기 좀 펴게 해 드려야지, 차 바꿔드려야지 등등."
하지만 자식만 알고 정작 부모는 모른 채 묻혀가는 호강 포부는 자식 마음속에서도 점점 시들고 옅어지게 된다.
마치 모래 위에 썼던 누군가의 이름처럼.
부모 앞에서 자식은 죽을 때까지 자식이다.
내 청춘, 삶의 이유, 원동력, 미래
그저 전부.
엄마가 차려놓은 손 많이 가는 밥상, 깨끗하게 세탁된 옷, 매일 유지되는 깨끗한 방.
아빠가 건네는 용돈, 알고도 넘어가는 포용, 삶의 무게.
자식은 그들이 주는 호강 세례를 호강인 줄 모르고 살다가 세월 앞에 무너지는 부모님이 때때로 자리를 비우고 나서야 그것을 본다.
여기 있었지 하고.
그리고 생각한다.
"어떻게 아빠는 이 일을 평생 했지?
어떻게 엄마는 하루도 안 쉬고 이걸 한 거야?"
여전히 호강을 미루는 철없는 자식이지만
호강은 못해도 불효는 하지 말자 한다.
그게 효도지 합리화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