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이른바 '과도한 PC' 때문에 어떤 영화, 어떤 드라마가 재미없어졌다는 이야길 유튜브나 팟캐스트 등에서 자주 듣게 됐다. 어떤 콘텐츠가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기준에 맞춰 만들다 보니 재미가 없어졌다는 소린데, 정말로 그럴까?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면서 그런 주장에 얼마나 근거가 없는지 반박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그정도의 애정이 없으니 그냥 적당히 써보자.
'과도한 PC'를 걸고 넘어지는 사람들의 꽤 많은 수가, 그 콘텐츠가 여성을 무리하게 극의 중심으로 넣다 보니 개연성이 떨어진다거나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지 못해 재미가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여성을 억지로 극의 중심에 넣었다는 건, '여성'을 '남성'으로 바꿨을 때도 말이 된다면 가능한 주장이다. 애초에 극 중 캐릭터의 서사를 잘 쌓았다면 성별 때문에 재미의 유무가 갈리지 않는다. 그리고 극의 전개에 개연성이 떨어진다면 그건 성별이 문제가 아니라 감독 혹은 작가가 이야기를 잘못 만든 거지 성별의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다양한 소재를 활용할 수 없다는 건 그전까지 소수자를 차별하는 내용 요소를 좋아했다는 자기 고백이니, 그런 주장을 하는 본인이 반성하기 바란다.
애초에 '과도한 PC'란 존재할 수가 없다. '과도하게 정치적으로 올바른 것'이라니, 올바르지 않은 것이라면 모를까 과도하게 올바른 것은 무엇일까? 심지어 과도하게 정치적으로 올바르기 때문에 콘텐츠가 재미없어졌다는 건 무슨 뜻일까? 나는 그냥 예전처럼 흑인과 아시아인과 소수자를 주변부로 밀어 놓은 백인 남성이 중심이 된 타인을 차별하는 콘텐츠를 즐기고 싶다는 자기 고백인가? 차별의 대상이 되는 아시아인 남성(유튜브와 팟캐스트에서 '과도한 PC'의 문제를 말하는 이들)으로서 과연 할 수 있는 말인지 모르겠다. 문제의 원인은 소수인종 혹은 여성이 극의 중심을 차지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그 영화가 그 드라마가 못 만든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못 만든 원인을 딴데가 찾기 귀찮으니 '과도한 PC'라는 이상한 이름을 지어 문제의 원인을 가리는 거라고 밖에 안 보인다. 잘 생각해 보자. 본인의 귀차니즘을 숨기기 위해 '과도한 PC'가 문제라고 떠는 게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