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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스 Nov 02. 2023

회사원 김선임의 부동산 스토리

김선임은 어떻게 대표님이 되었을까?

1. 신혼생활


“늦었다. 늦었어.”

‘어떡하지?’

‘그래 그냥 차 끌고 가자.’

김선임의 기상시간은 새벽 4시 30분이다.

왜냐고? 집은 서초동, 직장은 천안이다.

출근하는 루트는 4가지. 

첫 번째는 지하철 일반열차를 타는 것이다. 이 방법은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지 않아도 된다. 다시 말하자면 특정 열차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대신 이동시간이 제일 많이 걸린다.

거주지인 서초동 신논현역에서 출발해서 천안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무려 2시간이 걸린다. 상황에 따라 조금 더 걸릴 때도 있지만, 덜 걸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두 번째는 지하철 급행열차를 타는 것이다. 철도청에서 일하는 게 아니라서 정확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출퇴근시간에는 급행열차를 운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급행열차를 타게 되면 일반열차를 탔을 때보다 약 30분 정도 일찍 도착하게 된다. 하지만 급행열차는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늦게 되어 급행열차를 놓치는 날에는 여지없이 지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조금은 서둘러서 미리 급행열차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시간은 별반 차이가 없다. 아니다 사실 놓치지 말아야 하는 강박감에 더 서두르게 되는 것 같다.

세 번째는 기차를 타는 것이다. 기차를 타면 영등포역으로 이동해서 정해진 시간에 열차에 탑승을 해야만 한다. 그렇게 되면 1시간이면 천안에 도착할 수 있다. 이동 시간은 제일 적으나 일단 비용이 많이 들고, 급행열차와 마찬가지로 조금이라도 늦게 되면 지각을 면치 못하게 된다. 그래서 더 서둘러야 한다. 결국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마음도 안 편하고, 그렇다고 잠을 더 잘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마지막 네 번째는 자차를 이용하여 가능 방법이다. 제일 기피하는 방법으로 일단은 비용이 제일 많이 든다. 기름값에 더해 고속도로 통행료가 추가로 든다. 비용이 비싼 만큼 편하고 빠르다. 물론 차가 안 막힌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아무리 편하다고 하더라도 차가 막혀 늦게 도착하여 지각을 하기되면 이도저도 아니게 된다. 그래서 웬만하면 이용하지 않는 방법이다. 늦잠을 잤을 때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하는 수 없이 도박을 하는 것이다. 내려가는 중에 제시간에 못 들어갈 것 같으면 미리 고참에게 전화를 하여 조금 늦겠다고 전화를 하고 오전휴가를 쓰고 들어가서 일을 한다.

오전휴가를 사용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가 없다.

휴가를 사용하지 않으면 입구에서 출입을 막는다.

‘아 금쪽같은 내 휴가’

근데 그래도 크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 것이 어차피 내 휴가라 하더라도 내 마음대로 사용하지도 못한다. 어떨 땐 그냥 휴가 쓰고 오후에 출근할까 라는 생각도 많이 한다.

김선임은 매일 4시 30분에 일어나서 씻고 출근 준비를 하면 5시 정도가 된다. 지하철을 선택할 때에는 9호선을 타고 노량진으로 이동하여 신창행 급행열차를 탄다. 천안역에 도착하여 회사셔틀을 타고 회사로 간다. 

고속버스를 선택할 때에는 너무 일찍이라 교통수단이 별로 없고, 버스를 기다리고 타고 내리면 오히려 시간이 더 걸리는 경우가 많아서 도보로 고속버스터미널로 이동한다. 이동시간은 30~40분 정도 소요된다.

당연하게도 잠이 너무나 부족했기에 이동 중에는 항상 잠에 빠져 있었다. 그래야 회사에서 일을 할 수 있었다. 

하루하루가 너무나 피곤하고 쉽지 않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냐고? 서울에서 일하는 아가씨와 천안에서 일하는 총각이 만나서 결혼을 했기 때문이다. 

와이프의 직장은 신사동. 

김선임의 직장은 천안.

그래서 결혼하기 전에 신접살림을 기차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영등포 또는 용산에서 하려고 집을 구하러 돌아다녔는데 수중에 있는 1억으로는 전셋집을 구하기는 굉장히 어려웠다.

보러 다닌 집중에 영등포에 있는 오피스텔이 있었지만, 영등포역 주변이 저녁늦은 시간에는 너무나 위험하여 와이프가 늦게 끝나고 집으로 올 경우 도저히 자신이 없다고 하고 나도 걱정이 되어서 안 되겠다 싶었다. 

용산으로 이동하여 전셋집을 알아보니 우리가 가진 1억으로는 거실이 비닐로 둘러져 있던 집, 너무나 오래되어 화장실이 밖에 있던 집. 그나마도 푸세식이었다. 그리고 그나마 깨끗한 집은 앞으로 대출이 너무나 많이 껴 있어 매우 위험해 보였다. 그래도 부동산 실장님이 말하기를 자기네 대표님 집으로 대표님이 엄청 부자시니 걱정 말라는 거였다. 이때만 해도 부동산 지식이 하나도 없었지만 대출이 그렇게 많은 집은 뭔가 찜찜해서 결정을 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용산역에 사창가도 있고 저녁에 여자 혼자 퇴근을 하기에는 많이 위험한 지역으로 보였다.

그래서 결국은 그 어디도 선택을 하지 못하였고, 결국은 내가 와이프가 살던 집으로 속옷 5장과 사용하던 컴퓨터를 들고 들어가서 신혼생활을 시작하였다. 원래부터 천안에서 기숙사 생활을 했던 터라 이렇다 한 짐이 없었다.

그렇게 신혼생활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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