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모든 인간은 고깃덩어리가 아닌 놀랍도록 완벽하고 완전한 존재입니다.

by 김부경


"이제 누구나 알고 있는 유전자, 신이 생명을 만들 때 사용한 언어"


지구 상 모든 생물체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고, 이 유전 정보에 따라 생물학적 형질이 발현된다. 이 사실은 이제 아주 어린 초등학생부터, 대단한 교육을 받지 않은 노인까지 아는 상식이다. 우리는 인간을 구성하는 유전자의 모든 염기 서열을 알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인간은 4070만 개 염기쌍으로 이루어진 31억 개 유전자에 의해 현재 모습을 가지게 된 생물이다. 이 유전정보는 300페이지의 책 한 권이 대략 15만 자 글자, 5만 단어를 포함한다고 하면 274권 정도에 해당하는 정보량이다.


인간의 유전정보는 휴먼 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라는 사업을 통해 분석이 완료되었는데, 이 거대한 프로젝트는 1993년 시작하여 세계 6개국 2000여 명이 참여하였다. 이 프로젝트를 이끈 미국 국립보건원 책임자 프란시스 S. 콜린스는 10년 만인 2003년 인간 유전자 지도를 완성하였음을 발표했다. 그는 이 역사적 사업을 완성한 후 벅찬 감격을 ‘신이 인간을 만들 때 사용한 언어를 보았다’는 소감으로 표현했다. 그는 ‘신의 언어(The Language God)’라는 책을 발간하여, 이 프로젝트를 이끌면서 신의 존재를 믿게 된 과정과 고도로 발달한 현대의 과학이 신에 대한 믿음과 모순이 되는 점이 없다는 것을 매우 이성적으로 소개했다.


우리는 얼마나 아름다운가.png 일러스트 : 서상균 화백



"밥 먹는 것이 이토록 놀라운 일이라니?"


인간이 신의 언어로 만들어졌다고 믿는 쪽이든, 진화와 우연으로 만들어졌다고 믿는 쪽이든 인간이 얼마나 신비한 존재인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세상에 그 어떤 기적보다 신기한 일이 우리가 숨을 쉬고,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보고 듣는 모든 것이다. 그 과정을 알면 알수록 더욱 신비한 일이 우리의 모든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오늘 점심에 먹은 밥은 어떻게 되었을까? 밥을 먹기 전부터 이미 우리 몸에서는 밥을 먹는 것에 대한 일이 일어난다. 이전 식사가 모두 소화되었을 무렵인 식후 2, 3시간부터 배가 고프다는 신호를 가진 호르몬의 농도가 올라가고, 이 호르몬은 뇌에 밥을 먹자는 신호를 알린다. 밥을 먹기도 전에 소화 효소가 분비될 준비를 한다. 식사를 시작하면 그 즉시 소화효소들이 분비되고, 장에서 잘게 잘린 영양분이 흡수된다. 이 영양분이 혈중에서 농도가 올라가면 즉시 췌장에서 그 신호를 감지해 인슐린을 분비하고, 분비된 인슐린은 이 영양분을 우리 몸 각 세포에 전달해준다. 각 세포는 또 그 영양분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사용하고 남은 에너지는 다시 저장한다. 이토록 복잡한 이 과정이, 앞으로는 과학자의 연구를 통해 수천수만의 단계가 밝혀질지도 모를 일이다. 이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유전자가 정교하게 발현되는데, 이 수많은 과정 중 하나라도 더하거나 덜하게 될 때 질병이 발생한다.



"인간을 DNA로 완성된 고깃덩어리로 대하느냐,
아름다운 기적의 결정체로 볼 것이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극명하게 달라진다."


최근 극미량의 혈액에서 DNA를 추출하여 오랜 시간 미제로 남았던 사건의 범인을 밝혀낸 일이 있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 사건은 말할 수 없이 참혹한 일들이었다. 이 사건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잔혹한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어린 학생들이 친구를 학대하는 사건은 가슴이 미어지도록 잔인하다. 프로파일러들은 이러한 사람들이 대부분이 반사회성 인격장애, 소시오패스(sociopath)를 가지고 있다고 분석하는데, 소시오패스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 바로 ‘공감’ 능력의 장애이다. 타인에 대한 공감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느낀 것이 많아야 한다. 내가 나를 깊이 들여다보고 내 안의 감정을 더 많이 읽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남의 상황을 보고 예전의 내 어떤 감정을 끄집어내어 그 상황에서 그의 감정이 이럴 수 있겠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능력이 아닌가. 인간은 고깃덩어리가 아니며, 한 사람 한 사람이 세상 그 어떤 기적보다 더 신비한 기적이다. 가을 낙엽이 아름다운가. 북극 빙하가 아름다운가. 벌새의 날갯짓, 잠자리의 눈, 철새의 이동, 연어의 회귀가 신비로운가. 그보다 더 아름답고 신비한 것이 바로 우리들이다. 가만히 생각해보자. 우리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How beautiful we are!



** 이 글은 2019년 11월 4일 국제신문 메디 칼럼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1700&key=20191105.2202500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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