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28일 (D+14, Op. day)
새벽의 병원은 분주하다. 모두가 잠들어 있을 때 병원은 낮 동안의 본격적인 치료를 위해서 바쁘게 준비한다. 새벽 5시에 바이탈을 재고 5시 30분에 혈관을 잡고,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6시에 소변줄을 했다. 사실 입원하면서 가장 걱정되었던 것이 바로 이 ‘폴리’라고 부르는 소변 줄이었다. 쫌 괴로웠지만, 생각보다는 참을만했다. 하루에 몇 번씩 ‘인턴 선생님, 폴리 해주세요.’ 하는 콜을 받던 기억이 났다. 해야 하는 것이니까 했지만, 하던 나도 받던 환자도 참 힘든 시간이었다. 병원은 그렇게 힘든 곳이다. 힘들고, 아프고, 하기 싫지만, 더 힘들고, 더 아프고, 더 하기 싫어지기 전에 그것을 해 내야 하는 곳이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가 측은하다.
준비를 막 마치니 담임 목사님과 새로 오신 부목사님께서 오셨다. 마침 특별새벽기도 기간이라 바쁘신 목사님이 오실 수 있었다. 사실 짧은 2주 동안 조직검사한다고 기도 한번 받고, 입원한다고 크리스마스날 또 기도를 받아서 안 오셔도 되는데, 같은 교회에 다니는 소아과 선배 언니가 새벽기도 끝나고 굳이 모셔왔다. 곧 남편이 병실에 도착했다. 게다가 간병을 위해 어제부터 언니도 와 있었다. 그래서 새벽부터 병실에 사람이 북적였다. 사람들이 북적이니 농담도 하고 깔깔 웃고, 이건 수술 전이 아니고 축제인 것 같았다. 목사님의 기도 후 수술방으로 출발하기 전에 원목실장님이 오셔서 병동 수선생님과 함께 기도해 주셨다.
침대차가 움직인다. 엘리베이터를 탄다. 나는 예전에 다른 수술을 받아본 적이 있다. 수술을 받는 엄마의 보호자로 수술방으로 향해 본 적도 있다. 침대에 누워 엘리베이터를 타는 기분은 뭐랄까 그보다 더 낮아질 수 없는 기분이다. 2층 수술방 앞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우리 외래 간호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침대 양쪽으로 우리 외래 샘들이 ‘교수님, 기도하겠습니다.’라고 인사했고, 나는 이쪽저쪽 손을 잡으며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하며 수술방으로 향했다. 이게 마치 내가 누워있지만 않았으면 수술방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군중의 환호를 받으며 궁으로 들어가는 개선장군이나, 축하받으며 감사인사를 하며 시상대에 올라가는 사람 같았다.
수술방 문이 열리고 남편과 언니와 외래 샘들은 뒤로 남고 내 침대만 쏙 들어온 후 문이 닫혔다.
‘아, 이제 정말 수술을 받는구나.’
대기 중인 침대 옆으로 마취과 간호사가 왔다.
“교수님, 설마 교수님일 줄 몰랐어요.”
내 담당 마취 간호사가 내 환자였던 것이다.
“교수님 다음 달 진료 안된다길래 여행 가신 줄 알았는데…”
마취 간호사가 눈물을 흘렸다. 나는 이름도 기억 못 하는 환자인데, 나를 위해서 울어주다니 나는 이 은혜를 어떻게 갚을 것인가 너무 감사했다.
수술방 안으로 침대가 움직였다.
‘이제 오실 주의 찬란한 영광의’
이 부분이 계속 떠올랐다. ‘우리의 예배는’이라는 찬양이었는데 이 찬양의 가사를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마치 이것이 하나의 예배 같았다. 지금 이 시간 수술방 밖에서도 수술방 안에서도 같은 마음으로 기도를 한다. 수술을 집도하시는 교수님도, 마취를 유도하시는 교수님도 ‘교수님, 기도하겠습니다.’라고 하셨다. 지금 이 시간 미국에서도, 남아공에서도, 페루에서도, 태국에서도 모두 기도해 주신다고 하셨다. 우리는 모두 한 분 하나님께 기도를 드린다. 마치 그 시간이 우리 모두가 동일한 마음으로 우리가 믿는 하나님을 그분의 손길을 그분의 능력을 그토록 간절히 인정해 드리는 예배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수술방에는 그 주님의 찬란한 영광이 가득한 것 같았다.
어쩌면 마음이 가장 가난해질 수 있는 그 차가운 수술대 위에서 주님의 찬란한 영광 그 벅찬 함성을 들으며 잠이 들었다. 하나도 차갑지 않았다. 하나도 슬프지 않았다.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지금도 그날의 수술대를 생각하면 너무나 따뜻하고 환한 기분이 든다.
우리의 예배는
여기 모인 우리의 예배는 특별한 사람들의 것이 아니라
어린양 보혈로 한가족 되어 감사의 노래 부르는 예배
이제 오실 주의 찬란한 영광의 그 영광의 소망을 외치네
호흡 있는 자 모두 주를 찬양하고 온천하 만물 함께 영광 선포하는
주님의 아름다움 그 벅찬 함성 들리는 하늘의 예배드려요.
여기 모인 우리의 예배는 특별한 사람들의 것이 아니라
어린양 보혈로 한가족 되어 감사의 노래 부르는 예배
오늘 모인 우리의 예배는 화려한 무대 위의 것이 아니라
우리를 부르사 자녀 삼으신 주은혜 기뻐 드리는 예배
이제 오실 주의 찬란한 영광의 그 영광의 소망을 외치네
호흡 있는 자 모두 주를 찬양하고 온천하 만물 함께 영광 선포하는
주님의 아름다움 그 벅찬 함성 들리는 하늘의 예배드려요.
호흡 있는 자 모두 주를 찬양하고 온천하 만물 함께 영광 선포하는
주님의 아름다움 그 벅찬 함성 들리는 하늘의 예배드려요.
어노인팅의 '우리의 예배는' 찬양 링크입니다.
https://youtu.be/dGm_j3uHHHw?si=OVOzBHLzd2JgE-O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