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27일 (Day +13)
아마도 이토록 마음이 담담할 수 있는 건 수많은 분들의 기도 덕분이겠지.
입원계 앞에서 기다리면서 수많은 환자들을 보았다. 정말 병원이라는 곳은 대단하다. 나는 이 거대한 병원의 일부분일 뿐이다. 주기적으로 입원해야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까. 다시 한번 항암치료받는 환자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조금 더 그들을 편하게 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병실에 올라와 짐을 풀고, 성형외과로 가서 수술 부위에 그림을 그렸다. 이제 나는 그저 환자일 뿐이다. 병실에 돌아와서 항암치료를 위해 오늘 입원한 J 양을 만났다. 같이 환자복을 입고 있으니 뭔가 끈끈한 동지애 같은 것도 생겼다.
병원 친구들도 찾아왔다. 같은 병원에 있으면서도 이렇게 다 모인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이렇게 모이니 다시 레지던트가 된 기분이 들었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수다를 떠니 재미있었다.
동의서를 받으러 온 인턴선생님의 낯이 익었다. 아마도 내 강의를 듣고, 내분비내과 실습도 돌았던 학생이었겠지. 그 친구도 환자 이름이 낯익어서 깜짝 놀랐다고 한다. 설마 환자가 교수님이었다니 얼마나 부담스러웠을까. 나도 인턴을 해봤지만, 이런 경우 대게 잘 아시겠거니 하고 설명을 거의 하지 않는다. 사실 나도 환자는 처음이라 잘 모르는데, 그래서 VIP 신드롬이 생긴다. 그래서 의사들은 대체로 아프면 자기 병원에서 치료를 잘 안 받는다. 아무로 모르는 곳에서 조용히 치료를 받고 와서 아팠던 줄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것도 이해가 되지만, 나는 우리 병원에서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서 치료를 받으니 마음이 편하다. 감사하다. 처음 통증이 생긴 날부터 수술까지 정확히 2주가 걸렸다. 아마도 전 세계에서 제일 빠르지 않았을까 싶다. 그게 가능했던 것은 모든 것을 주저 없이 우리 병원에서 했기 때문이다.
저녁에는 많은 분들이 기도해 주시고 축복해 주셨다. 나는 왜 이렇게 사랑을 많이 받는 것일까.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내일이면 뭐가 달라져 있을까? 내가 아픈 것 말고 어떤 것이 달라질까? 통증이 심할 때 나는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예수님이 생각날까? 내가 기도했던 것처럼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고 어떤 것이 다른 존재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