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1월 9일 (D+26, POD12)

by 김부경

병실에서 맞이하는 내 생일이다.

원래 나는 카톡에 생일 공개를 해두지 않았다. 생일 축하한다는 말이 의미 없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솔직히 생일이 매년 돌아오는 것마저 거추장스러웠다. 그런데 미국에서 돌아오면서 카톡 설정이 바뀌었던 모양이다. 정말 많은 곳에서 생일을 축하한다는 메시지가 왔다. 선물도 많이 왔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로부터 생일축하를 받다니 어리둥절하다.


정말로 내 생일을 축하한다는 말인가?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왜 축하한다는 것일까?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서로에게 축하하고 축하받을 만큼 좋은 일인가? 그렇다면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준 것이 참 좋다는 의미일 텐데, 정말 내가 그 축하한다는 말을 하는 사람에게 그런 의미일까?


엄마와 시어머니가 오셨다. 엄마는 곰국을 어머니는 미역국을 끓여 오셨다. 나는 미역국도 먹고 곰국도 먹었다. 시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시고 엄마가 냉장고를 정리하시면서 먹는 것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내가 미국에서 고기를 너무 많이 먹었나…”

이 말에 엄마는 그동안 참았던 것이 울컥하시고야 말았다.

“니가 뭘 고기를 많이 먹어… 니가 먹어봐야 얼마를 먹는다고. 니보다 고기 많이 먹고, 맨날 햄 먹어도 아무도 암 안 걸리거든. 그러니까 그렇게 애 좀 태웠사치 말라고….”

엄마가 우시니까 나도 눈물이 났다.

“아니, 내가 뭘… 그러니까 엄마도 나 때문에 애 좀 태우지나 말라고.”

고생을 많이 한 가족들의 대화는 이렇다. 서로가 지나온 시간이 안쓰러워서 그냥 하하 웃고 말 시간을 결국 이렇게 마무리한다. 멀리 있으면 애틋하고 만나면 서로를 찌른다. 이제 다음에 만날 때는 지나간 힘든 시간은 다 잊고 그저 사랑만 하고 행복하기만을 기대해 본다.


저녁에는 순원들이 병실로 삼계탕을 사들고 왔다. 순원들은 학생 때 함께 아가페 활동을 했던 친구들이다. 우리는 오랜만에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행복하고 감사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힘들고 아픈 이야기도 있었다. 고민을 나눌 수 있어서 감사했다. 결국 11시가 넘어서야 돌아갔다. 아니, 이 의사 간호사님들이 병동 규칙 다 어기고…. ㅋㅋㅋ


밤늦게 다시 생일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우리 딸들에 태어난 것에 대해 어떠한 마음인지를 생각해 보았다. 주일날 우리 딸들이 병문안을 왔다. 둘째가 지난해 교회에서 찍은 사진들과 가족 나무를 가지고 왔다. 그 아이가 이 세상에 없었다면 어땠을까? 이 아이들은 이 세상에 있으나마나 한 존재가 아니다. 나는 세상을 다 준다 해도 이 아이들과 바꾸지 않을 것이다. 내 생명을 바꾸더라도 이 아이들을 지킬 것이다. 이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 사랑스러움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존재하지 않았다면 결코 볼 수 없었을 그 사랑스러움, 세상의 수많은 사람 중에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유일한 존재, 그것이 바로 너이다.



그때 하나님의 마음이 쑥 들어왔다.

‘너도 그래’

‘정말요?’

나는 늘 내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도 아무 상관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 넓은 우주 속에, 억겁의 시간 속에, 수많은 사람들 속에 내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먼지처럼 사라져 버릴 인생인데, 무수한 업적을 남긴다 해도 고작 한 세대가 가기 전에 잊혀 버릴 텐데, 그렇다고 그 정도의 무엇조차도 되지 않는 이 무명의 인생이 늘 하찮았다. 그래서 매년 돌아오는 내 생일도 누가 축하한다고 하면 불편하니 그냥 빨리 지나가버렸으면 하는 날이었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이 땅에 태어날만한 가치가 있는 존재라 하신다. 나라는 존재를 형성하시고, 이토록 사랑받게 하시고, 매일의 삶을 누리게 하신 것에 감사한다.



너는 귀하고 너는 귀하다.

너는 귀하고 너는 귀하다
주의 사랑을 받은 이여

너는 귀하고 너는 귀하다
주의 부르심 받은 이여

당신이 부르신 곳에 나 항상 있기 원하네
당신이 원하신 그 순간 나를 온전히 드려서
주님의 의미가 주님의 기쁨이
주님의 사랑 되기를 원합니다.

너는 귀하고 너는 귀하다
주의 부르심 받은 이여


찬미워십의 '너는 귀하고 너는 귀하다' 찬양 링크입니다.

https://youtu.be/mjcHZlkwmZk?si=6NWfc2CNIpYRpQ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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