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하는 날

2024년 1월 11일 (D+28, POD14)

by 김부경

어제는 입원 후 처음으로 손님 없이 조용한 날이었다.

드디어 약속을 지키기로 한 그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정말 약속을 지킬 것이다.


퇴원하는 날은 아침부터 바빴다. 드레싱 가서 JP 뽑고, 실밥 뽑고, 짐 정리하고, 연구실에 물건 갖다 두러 갔다가, 이메일 확인하고, 중요한 이메일 답변하고, 물리치료를 받았다.


아침부터 계속 생각나는 찬양이 있었다.

‘주님의 위대하심을, 독생자를 주심을, 영원히 함께 하심을 찬양해’


퇴원 수속을 기다리며 제목을 찾아보았다.

‘예배드립니다’였다.

생각해 보니 지난 2주간의 입원 기간이 예배였다. 내 안에 많은 영적 싸움이 있었다.

하나님을 생각했다. 지금도 크신 권능으로 온 우주를 운행하시는 그분의 하신 일을 생각했다. 그래서 그 모든 것이 예배가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의 모든 염려가 사라지고 주님의 크신 임재 안에서 내 영혼은 주님이 행하신 일을 찬양했다. 결국은 감사하고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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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기적과 같은 시간이었다. 감사하며 병실을 떠났다.


오전에 시술을 마친 남편이 퇴원 수속을 밟느라 수고를 했다. 남편의 수고가 고맙고 미안했다.

2주나 있었으니 짐이 꽤나 많았다. 남편이 가운을 갈아입으러 연구실로 올라가고 나는 먼저 차에 가 있었다. 차는 주차장 3층에 있었다. 차로 올라가면서 남편 연구실이 5층인데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짐이 연구동 로비에 있다고 한다.

‘그럼 내가 차를 가지고 연구동 앞으로 갈까? 남편이 그 짐을 들고 무거운데 철골 3층까지 올라오면 안 되니까 내가 차 가지고 연구동 앞으로 간다고 전화할까?’

앗차! 싶었다. 그랬구나. 내가 이렇게 살았구나.

참자. 제발 참자. 나는 지금 오른팔도 성치 않고 퇴원하는 환자다.

얼마 되지 않아 남편이 왔다. 차를 가지고 연구동 앞으로 가서 짐을 실었다. 나는 차에 얌전히 앉아있었다. 금방이었다. 내가 낑낑대며 운전해서 연구동 앞으로 차 가지고 가는 것보다 훨씬 수월했다.

그래, 남편은 좀 의지해도 괜찮다. 뭘 그렇게 혼자 하려고, 내가 다 잘하려고 애썼을까. 이제 가만히 앉아서 회복에 집중하자. 그래도 된다.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 좀 쉬어도 된다.


집에 돌아오니 바로 감기가 심하게 걸렸다.

병원에 있는 동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언니가 그렇게 심하게 기침을 해댔어도 감기가 걸리지 않았던 것은 하나님의 보호하심이었던 것이 분명하다.

집에 오니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병원에서처럼 바이탈 하러 오는 분도, 수액 체크하러, 먹는 약 갖다 주러 오는 분도 없고, 회진 오는 분도 없고, 조용했다.

콧물약을 먹으니 잠이 왔다. 병원에서는 한번도 자지 않았던 낮잠을 잤다.

정말 너무 피곤했다.

침대가 몸을 빨아들이는 것 같았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었다. 완전히 무기력했다.

눈을 뜨니 창문으로 햇살은 들어오는데, 내 몸은 깜깜한 밤이었다.

하나님이 쉬어도 된다고 하시는 것 같았다.

그랬구나. 내가 애썼구나. 하나님을 의지한다고 하면서 내가 애썼구나. 정말 피곤했구나.

앞으로는 이렇게 하나도 힘이 없어도 하나님만 의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예배드립니다.


주님께 예배드립니다.
전능하신 주님을 바라봅니다.
지금도 놀라운 질서로 온 우주를 운행하시네
주님을 예배하는 순간
나의 모든 염려는 사라지고
주님의 크신 임재 안에서
내 영혼은 주님 행하신 일 찬양하네

주님의 위대하심을
독생자를 주심을
영원히 함께하심을
찬양해

주님의 위대하심을
독생자를 주심을
영원히 함께하심을
찬양해



히즈윌의 '예배드립니다' 찬양 링크입니다.

https://youtu.be/U35CwX5yMRc?si=wimTdt38sy7iN4W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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