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사랑
퇴원 전날 글을 쓰기 시작해서 2월 중순쯤 초고를 완성하였다.
중간중간 내가 이 글을 왜 쓰고 있는지 한심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고, 시간낭비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막막할 때도 많았다. 그럴 때는 그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라도 썼다.
글을 다 쓰고 난 후에야 나는 비로소 하나님께서 왜 그 글을 쓰게 하셨는지 그것이 그분의 완벽한 계획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내가 그 시간을 그렇게 보낼 줄 알고 계셨던 것이다. 내가 우리 딸의 질문에 그렇게 반응할 줄 아셨던 것이다. 나를 너무 잘 아시는 그분께서 내가 아플 것을 아시고, 그 시간을 나에게 가장 완벽하도록 계획해 두셨다. 그것은 나의 영, 혼, 육을 위한 완벽한 쉼이었다.
첫째는 나의 육체에 가장 좋은 쉼의 시간이었다.
만약 내가 그 글을 쓰기로 하지 않았다면, 그 시간을 비워두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정신없이 강의를 하러 다녔을 것이다. 무리해서 빨리 복직했을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언니는 그렇게 말했다.
‘그래, 아마 너라면 누워서 온라인으로라도 강의했겠지.’
두 달 동안 아무 스케줄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 진단받은 날로부터 마음 편하게 쉴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햇살이 가득한 거실로 나오면 행복해졌다. 매일 느리게 나만을 위한 끼니를 준비하고, 천천히 감사하며 음식을 먹었다. 가장 소박하지만 가장 건강한 음식을 먹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커피를 마시며 거실에 앉아있는 것, 그보다 더 한가할 수가 없었다. 서두를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그동안 내가 얼마나 허둥대며 살아왔는지 알 수 있었다. 내 육체는 너무나 편안했다.
둘째는 나의 혼의 치유의 시간이었다.
아픔은 화해를 가져다주었다. 마음이 불편한 사람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도 나도 죽을병 앞에서 그까짓 감정의 찌꺼기는 하찮을 뿐이었다. 하나님은 나로 모두와 화해하게 하셨다. 가족들은 그동안 내가 애써 온 것에 대해 고마워했고, 미안해했고, 내 마음을 알아주었다. 내 안의 억울함, 분노, 슬픔 그 모든 상처가 모두 씻겨나갔다. 이제 내 안에는 그 어떤 어두움도 없다. 나는 환한 빛으로 가득 찬 것 같았다.
셋째는 내 영혼이 충만해지는 시간이었다.
우리 딸의 질문은 예수님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에 나는 예수님에 관한 글을 썼다. 나는 두 달 동안 그 글을 쓰느라 온통 예수님 생각만 했다. 암환자에게는 여러 가지 감정들이 따른다. 죽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그렇다. 그것은 피할 수가 없다. 나에게도 찾아온 그 많은 감정들에 빠져들 시간이 없었다. 나는 얼른 예수님으로 다시 돌아가야 했다. 두 달간의 시간 동안 매일 만나와 같이 내려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로 내 영혼은 충만해졌다. 아마도 이 세상에 살면서 그토록 하늘의 은혜를 누리며 살 수는 없을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예수님만 생각하면서 그렇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이토록 완벽하신 하나님의 계획에 감사하고 감탄한다.
12월 14일 오후 2시경에 갑작스러운 통증으로 병변을 알려주시지 않았다면, 지금쯤 과로하고 무리하다가 말기가 다 되어서야 발견했을 것이다. 우리 딸이 집요한 질문을 해주지 않았다면, 나는 그 시간에 그토록 완벽한 영, 혼, 육의 쉼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보다 더 먼저 미국에서의 영혼의 회복이 없었다면 둔탁한 영혼으로는 그 모든 하나님의 행하심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보다 더 먼저 내가 하나님을 알지 못했다면, 내가 우리 부모님 밑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내가 그러한 어린 시절을 보내지 않았다면, 내가 이곳에 있지 않았다면 그 모든 것들이 완벽했다.
어느 목사님이 이런 질문을 하셨다.
“만약 여러분 인생에 딱 한 가지만 바꿀 수 있다면 무엇을 바꾸고 싶으세요?”
항상 내 인생에 불만과 억울함이 많았다. 좋은 것들을 가진 남들이 부러웠다. 그런데 이제 바꾸고 싶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 다 괜찮아졌다. 모든 것이 완전하신 하나님의 사랑이다. 나는 부족함이 없다.
여호와의 인자하심과 인생에게 행하신 기적으로 말미암아 그를 찬송할지로다.
그가 사모하는 영혼에게 만족을 주시며
주린 영혼에게 좋은 것으로 채워주심이로다.
(시편 107:8-9)
지혜 있는 자들은 이러한 일들을 지켜보고
여호와의 인자하심을 깨달으리로다
(시편 10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