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나할머니와 매느리발톱

유전의 힘은 위대해

by 별바라기

우리 집 고양이 앙꼬는 매일 아침 5시에 "에옹" 거리며 나를 찾아와 귓불에 콧바람을 보낸다. 나는 눈은 감은 채 "잘 잤어?" 손만 뻗어 인사 후 주섬주섬 목덜미를 만져주면 골골거리랴 쉴 새 없이 헤드번팅도 하랴 정신없는 새벽 운동을 한다.


"아직 깜깜하니깐 대모님 더 잘게"


"에옹, 에옹 하으"


어제와 똑같은 나의 대답에 냥이는 오늘도 한숨을 크게 쉬고 저벅저벅 소리를 내며 멀어지는데, 다음 코스인 작은 아이 방으로 간다.


'아 일어나기 싫어. 조금만 더 조금만'


한참을 더 자고 오른쪽 눈만 살짝 뜨고 시계를 보니 안방서 덜 빠져나간 어둠에 시곗바늘의 위치가 정확히 보이지 않지만 본능적으로 느껴진 불안감에 하게 다리를 뻗다 "으아악" 하고 소리를 질렀다.


"왜? 무슨 일이야?"


새벽잠이 진즉에 소멸한 남편이 놀라 려왔고


"며느리발톱이 이불에 걸렸어"


"저런! 어디 봐"


발톱은 찢어져 피가 나고 있었다.




"야야 거 도방구리 안에 쓰메끼리 좀 꺼내 온네이"


"할머이 손톱 깎을라고?"


"매느리 발톱이 또개졌는가 아깨부터 매하네"


"매느리 발톱이 누군데?"


양말을 벗자 할머니의 건조하고 작은 발 그리고 잔뜩 구부러진 작은 발가락이 보였다. 내가 건넨 손톱깎이를 든 할머니는


"야야 거 빼닫이 위에 안갱도 다오"


그리곤 새끼발톱 끝에 젖혀져 있는 발톱을 딸깍 소리가 나게 잘라 내셨다.


"할머이 새끼발톱이 매느리 발톱이야?"


"오이야"


"근데 나는 매느리 발톱이 없는데?"


"니는 안즉 언나라서 그래"


이름이 왜 며느리발톱인지 모르지만 어쨌거나 나는 며느리발톱 없이 자랐다.




"엄마 내 발톱은 왜 이래?"


거실 바닥에 앉아 발톱을 들여다보던 작은 아이가 불평하 듯 말했다.


"왜? 발톱이 어때서?"


"꼭 소나무 마트에 있는 만가닥 버섯 같잖아"


아이가 꼭 집어 말한 만가닥 버섯이란 표현에 이상하게 웃음이 터진 나는 아이 곁에서 한참을 웃었다.


"엄마 엄마도 발가락 이렇게 생겼어? 어, 엄마는 새끼발가락에도 발톱이 있네 대박"


"네가 더 대박이야. 난 너 새끼발톱에 발톱 없는 거 오늘 처음 알았어"


"이것봐 나 아무래도 발가락 장애인가 봐"


"엄마가 너 가졌을 때 먹을 걸 덜 먹어서 그런가 봐. 근데 발가락은 열 개면 정상이야"


"근데 엄마 발톱은 왜 갈라져 있어?"


"나도 몰라. 며느리발톱이라고 하는데 이게 여간 성가신 게 아니야. 바지 입다 잘못 걸리고 이불에 걸리기라도 하면 피 볼 때 많아. 넌 피 볼 일 없으니 다행으로 생각해"


"근데 엄마 대체 내 발은 누굴 닮은 거야?"


"음 내가 봤을 땐 아빠 발하고 똑같아. 그 소설도 있잖아 발가락이 닮았다 하하하"


"그거 그 뜻 아닌 거 같은데"


"아 눼눼눼"




발톱이 길지도 않았는데 이불에 걸려 기어코 피를 본 나의 며느리발톱.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감았더니 환자처럼 절룩절룩하며 걸어 이 본능적인 꾀병에 웃음이 났다. 이불 밖은 위험하다며 게으름 피다 시곗바늘 잘못보고 혼자 놀라고, 피보고, 하지만 본의 아니게 일찍 아침을 시작하니 심적으론 억울했으나 그 덕분에 여유로운 아침식사 시간을 누리게 되 완전한 손해는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든 생각. 나도 어렸을 땐 며느리발톱이 없었다. 작은 아이 말처럼 만가닥 버섯이었던 듯. 내일 아침 아이가 잠에서 깨면 장애가 아니라고 꼭 말해줘야겠다. 역시 유전의 힘은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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