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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Dec 31. 2021

 내게 가장 무서운 사람

나는 ㅇㅇㅇㅇ하다.

나는 강하다.

나는 엄마이다.

나는 그전부터 강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했고 우물쭈물거리기보다 나서서 일처리를 하기 좋아하는

나는 용감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어느샌가

나는 불의를 봐도 아이를 안아 올리며 피했고

나는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이 닥쳐도 소심한 척 한발 물러나 관망하게 되었으며

나는 행여나 내 가족에게 피해가 될까 조용히 살려고 했다.

기모노를 입고 종종걸음으로 걸어가는 일본인 여성처럼 조심조심 눈치만 보며 다른 사람과 내 옷깃이라도 스칠까 피해 주지 않고 피해받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내가 피해 입으면 큰소리까지는 아니어도 당당히 내 권리를 주장했고 나와 관련된 잘못된 일은 그냥 넘어가지 않고 명명백백 밝히고자 했다.


그런 내가 어느 순간부터 그런 사람을 만나면 자꾸 피하고 할 말도 못 하고 주눅 들고 따져보니 무서워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럴 리가 내가 누굴 무서워하다니 말도 안 돼 하며 자존심에 생채기를 애써 감추려 해왔다.

하지만 점점 상처는 드러나 내가 알기 전에 남들이 알게 되고 상처는 드러내어 치료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인정해야만 했다.


그 사람은 어떤 사람들인가

첫째 말이 통하지 않았다.

어떤 상황이건 똑같은 말만 반복할 뿐 변하는 게 없이 앵무새 나 자동 음성 녹음기처럼 끊임없이 밀리지 않고 계속 같은 말만 반복했다.

우직했다. 우직해서 뒤로 물러남이 없이 늘 한결같았다.

감정이 이입되거나 상대의 고통과 아픔을 진심으로 느끼지 못했다. 동물식물을 싫어하거나 그런 것들로 인한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둘째 상하 주종 관계가 너무 뚜렷했다.

늘 두 종류의 사람만 존재할 뿐 본인들의 판단에는 다른 세부적인 관계는 없었다.

그래서 하의 위치에 종의 위치에 그들보다 낮은 위치라고 판단이 들면 똑같이 하대한다.

상의 위치에 주의 위치에 그들보다 높은 위치라고 판단이 들면 주변에서 보기에 안쓰러울 만큼 본인들이 종의 역할을 한다.

그건 결국 종의 위치에 다른 사람들이 본인들에게도 그렇게 해주길 바라는 거다.

그들에게는 단순한 인간관계만이 존재하고 그 외의 관계란 존재하지 않는다.

셋째 무례했다. 본인보다 약자라 생각하면 사람 앞에서 막말하기. 부려먹기. 하대하기가 자연스러운 사람


그런 사람들 앞에서 나는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아니해봤지만 통하지 않아 관뒀다.

그리고 눈도 맞추지 못했다.

 일부러가 아니라 나도 모르게

웬만하면 피하고 웬만하면 시키는 데로 하고야 말고.

왜 그럴까 왜 그랬을까

내가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왜 눈도 똑바로 못 쳐다보고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걸까?

그건 해봐야 소용이 없어서 이긴 하지만 내가 약자였기 때문이다.

 이미 그 사람에게 내가 약자로 인식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 이야기 따위는 들을 생각이 없는 고집불통 인조인간에게 얘기를 한들 무엇하랴.


나는 그런 그들이 무섭다.

무서운 걸 인정한다.

새해에는 그런 사람을 만나지 않는 한 해가 되면 좋을 것 같다.


말을 하면 스펀지처럼 받아들일 수는 없어도 아 그렇구나 그럼 이렇게 해볼까 알겠어 하지만 지금 상황이 이래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의논하고 조율하고 서로 배려하고 조심하고

가까운 사이일수록 조심하고 조심하고 또 조심하고

방금 하대하듯 막말하고 돌아서서 부탁을 하는 도대체 인간 같지 않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자제하고 싶다.


새해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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