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시간에 늦은 게 아니라 선임들보다 먼저 와 있어야 하는 걸 늦은 터라 일은 더 피곤해지고 복잡해진다.
한 달이 지나도 일 년이 지나도 이년이 흘러도 나는 늘 그들을 선임 대우를 해야만 한다.
두어 달이 지나면 웬만한 일은 익숙해 지기 마련이고 조금 전문적인 일들도 6개월이면 할 수 있게 된다.
주로 선임들은 원하지 않는다. 신입이 일을 잘하게 되는 것을 때로는 본인들의 일머리를 익혀 버릴까 멀리 허드 레일을 줄곧 시켜데며 쳐다보지도 못하게 한다.
나는 어깨 너머로 보고 능률적으로 일을 해내고야 마는 악바리도 아니고 지능이 아주 높은 엘리트도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타당한 목적성이 뒤따르지 않으면 결코 내 재능을 발휘할 고민 따위나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이 무척이나 경계하는 그 일은 나로 하여금 일어나기에는 부적절한 걱정이다.
의지가 없는 척하는 게 아니라 정말 의지가 없음을 알리고 싶었지만 그들은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어차피 본인들이 보고자 하는 데로 누구에겐 약사 빠른 여시로 누구에게는 선임 이겨 먹으려 궁리나 해 데는 쓸데없이 잔머리 굴려 신입 골탕 먹일 아이디어나 짜는 자기들과 같은 족속으로 볼 테니 말이다.
나는 6년씩이나 함께한 두터운 관계의 그들에게 새로운 좋은 친분을 만들어 가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1년쯤 지나고 나서 알게 되었다.
특히 여성의 무리에서 누군가를 골탕 먹일 궁리를 하는 데 있어서는 과거 좋지 않았던 관계였든 말든 아주 돈독하게 만들어 줄 목적으로 충분하다는 사실이다.
노력을 해서 안 되는 게 있다. 아니 참 많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처럼 그들을 끌어안고 솔선수범 하며 내가 하나 더 양보하고 모진 말속에서도 스펀지처럼 흡수하며 네네 했던 결과는 정말 스펀지 속에 고이 묻혀 꾸욱 짜버린 때 국물처럼 배수구를 따라 하수구 저 깊고 더러운 관을 따라 흘러 흘러가 버렸다.
그들이 새로운 글러브를 사거나 대련 상대가 없거나 연습이 필요할 때마다 서로가 독차지하고 싶어 하는 치기 좋은 샌드백이 되어 버렸다.
촉감도 위치도 안정감도 아주 탁월한 샌드백은 누구에게도 뺏기고 싶지 않은 소유물로 갖고 싶은 1호의 물건이 되어 갔다.
연일 뉴스를 뜨겁게 달구는 부산 해운대 모 빌딩의 시세가 감히 서민으로서는 엄두도 못 낼 숫자를 매일 갱신하고 있다.
그런데 또 다른 사람들은 여행코스라며 부산 한 귀퉁이 피난민들이 모여 살던 달동네를 찾는다.
개발을 할 이유도 할 계획도 아니 생각도 없는 달동네에 부산 여행 코스라며 벽마다 그림을 그려데더니 중국 일본 등 외국 여행객들까지 매일 버스로 실어다 나른다.
사람이 사는 곳이다. 돈 없고 힘없는 사람들이지만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런 곳을 여행 코스로 만들어 매일 사람들이 창문 안을 들여다 보고 동네 골목골목을 돌아다니고 마을 사람들이 나와 쉬던 평상에도 이젠 마을 사람들이 없다.
마을 사람들은 먹지도 않는 디저트 카페들이 줄지어 들어오고 매일 여행객들은 더 늘어났다.
연일 새로운 숫자를 갱신하며 몸값을 자랑하는 해운대 모 빌딩에는 돈을 내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
레지던스 숙박호텔인 부분은 당연지사 고가의 금액을 치러야 하고 전망대를 만들어 두고 엄청난 입장료를 지불해야만 들어갈 수 있다.
그냥 구경 따위는 허락하지 않는다.
높게 높게 쌓아 올린 담은 그냥 들여다보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빈곤은 모두에게 떠벌려지고 낯낯이 드러나야 하는 고충을 갖는다.
벽돌 하나하나 내 재산이 불어나는 것을 실감하는 벽 만들기는 아무리 쌓아 올려도 부족하다 느낀다.
쏫아 오른 벽은 하늘까지 닿을 듯 아니 천정을 겹겹이 휘어 감고도 모자라 방음 장치를 하고 방범시설을 하고 방범 업체를 고용한다.
잃을 것이 많아서 인가 보여주기 싫어서 인가 숨길게 많아서 인가
달동네 그들은 보여주고 싶어서 인가 잃을 것이 없어서 인가 숨기고 싶지 않아서 인가
의지를 말하지 못하는 힘의 무게는 이걸 하기 위해 감내해야만 하는 조건처럼 따라다닌다.
좋은 조건을 덤으로 얻는 대신 뭔가를 해야만 하는 페널티를 감내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힘들고 어려운 조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말도 안 되는 페널티까지 던져 놨다.
선택의 권리는 그들에게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