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뜨자마자 정신없이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하고 때로는 쉽사리 깨지지 않는 잠을 조금이라도 아늑하게 깨어 보고자 따뜻한 물을 틀어 샤워를 했다.
체온보다 높은 물을 틀어 온몸을 적시면 잠시 행복한 생각이 지나가기도 한다.
그리고 미친 듯 손가락 세 개로 볼을 두드리며 피부색과 가장 비슷한 가루들이 반죽된 걸쭉한 파운데이션으로 지난밤 흔적을 때론 지난 내 흔적을 말끔히 없애기라도 할 듯 가리고 또 가렸다.
그렇게 지우고 나면 송장이 된다.
관속에 들어가기 전 단장한 송장 같은 얼굴에 또 눈을 그리고 눈썹을 그리고 입술을 그린다.
살아있으니까
머리를 말리고 이마에 주름을 가릴 앞머리에도 힘을 실어본다.
그리고 꼭 커피를 내려 뜨거운 종이컵을 쥐어야 마음이 편해진다.
루틴데로 해야만 하는 일도 있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일.
엘리베이터를 타면 딱히 인사를 건네본 적 없는 점잖고 조심스러운 노부부가 아침 등산을 가는 차림으로 타고 있다. 아파트 입구를 나서면 사립 초등학교 차량이 100미터 전에 보인다.
안심이다. 딱히 늦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혹시나 그 둘 중 하나라도 없거나 포지션이 다르면 나는 시계를 볼 사이도 없이 미친 여자처럼 옷을 휘날리며 뛰어야 한다.
뭘 하는 거지? 매번 아침마다 그런 생각을 한다.
초조함은 건널목에서부터 스트레스를 발끝까지 전해준다.
똥 마려운 아이처럼 발끝으로 땅을 후벼 파며 신호등만 뚫어져라 쳐다보다 또 미친 듯이 달린다.
직장이 더 멀었다면 내 신경은 전부 아침 시간 출근길에 놓고 왔을지도 모른다.
직장에 도착하자마자 아무도 오지 않은걸 안도할 사이도 없이 그렇게 미친 듯이 또 정리하고 치우고 아침을 맞을 준비로 분주하다.
하루 종일 머릿속을 채우는 질문 하나 왜 이러고 사니? 넌 뭐 하고 있니?
신호등 앞에서 신호가 바뀌어도 건너지 않고 서 있는 나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을 따라 길을 건너가 보았지만 내가 갈 곳이 딱히 길 건너편도 아니었다.
그런데 왜 건널목 앞에 서 있었는지.....
때로는 내가 기억을 잃어버린 치매환자가 된 상상을 하곤 한다.
딱 건널목 앞에서
그것도 시간이 초과된 늦은 출근 시간에 이 건널목 하나만 건너면 일터로 들어가는데 난 매일 거기 서서 끔찍한 상상들을 수없이 해내곤 했다.
너털너털 신호등을 건너 그냥 저길 을 지나 5분쯤 걸어가면 기가 막힌 일들이 벌어지겠지만 의미 없는 내 두발은 한 번도 엉뚱한 행동을 하지 못한 채 건물 안으로 질주를 하고야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