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뻐꾸기가 아니야

나에게로 가는길(1)

by 모아

숨이 가쁘다.

헉 헉 가쁜 숨을 몰아 쉬면 아드레날린이 머릿속을 휘감는다.

등줄기로 뜨거운 열기가 훅하고 올라온다.

겨드랑이 사이 축축해진 수분을 느낀다.

잠시 가쁜 숨에 행복해진 열기는 이내 체온을 앗아가 버리고 찬기운은 다시 온몸을 파고든다.

서슬 퍼런 추위가 눈에 들어온다.

가지를 흔들던 바람은 볼을 타고 현실을 자각하게 만든다.

겨울 아침 바람에 흩날리던 잠못이룬 전날 밤의 잔가지 같은 생각

이불속 겨우 잠든 늦은 꿈길과 맞바꾼 바람은 체온을 올리며 숨 가쁘게 뛰어온 내게 아주 잠깐 위로를 보내왔다.

찬기운과 같이 몰려온 우울은 아드레날린의 후유증처럼 급작스럽게 기분을 떨어뜨린다.

해야 할 서너 개의 싫은 일들이 머릿속을 헤집고 지나간다.

휴우

또 한심한 나로 돌아온 기분이다.

뻐꾹뻐꾹 의미 없이 울 어데던 말 잘 듣는 뻐꾸기는 또르르 자기 집으로 들어가 오로지 다시나 올 시간만 기다리고 있다.

세상엔 온통 시계 속 뻐꾸기처럼 시키는 데로만 해야 하는 일 투성이다.

내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시키는 데로만 움직이는 뻐꾸기 같은 일뿐이다.

누군가는 그랬다.

그래서 좋다고 내가 생각하지 않아도 되고 시키는 그 일만 딱 하면 되니 편하다고

세상은 창의적인 것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창의적인 일을 하는 걸 원하는 직장은 별로 없다.

정해진 규칙이 있고 그것에 맞춰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별종 취급을 받게 된다.

뻐꾹뻐꾹 애꿎은 뻐꾸기가 바보 등신 같다.

아침마다 동네 편의점을 가며 만나는 사람마다 고개를 숙여 꾸벅꾸벅 인사를 하는 지적장애 남자아이가 오고 있다.

똑같은 루틴으로 아침마다 편의점에 들러 무언가를 사고 만나는 사람마다 고개 숙여 꾸벅꾸벅 의미 없는 인사를 한다.

어제도 오늘도 그 아이는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인사를 받을 생각은 없는 듯하다.

저 아이는 내 얼굴을 알까?

아이를 뒤로 달려서 돌아온 길을 다시 갈까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런데 하기가 싫어진다.

식어버린 체온만큼 온몸이 굳어 가는 게 느껴진다.

손가락 마디가 굳어버려 꽁꽁 얼어붙은 얼음 같다.

모질고 거칠게 변해버린 핏발 서린 손가락은 퉁퉁 부은 세상에서 제일 못난 꼴을 하고 있다.

꼼지락꼼지락 손가락을 펼쳐 움직여 보지만 제 힘으론 역부족이다.

호주머니에 도로 넣어 버렸다.

될 데로 돼라. 짜증이 밀려온다.

오늘은 무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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