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라 선선한데... 마음이 선선한 건

낭만과 사랑을 돈이랑 바꿀까요?

by 모아

너무 오랜만에 펜 아닌 브런치 글쓰기를 눌렀다.

잠시 아니 한 달 넘게.... 일상에 급한일로

어쩌면 내 인생을 바꿀 뻔했지만 내 길이 아니었었나 생각을 정리 중이다.

나 혼자서도 스트레스는 충분했다.

가끔 별로 하지 않았는데도 척척 마치 순리인 것처럼 잘 풀리는 일이 있다.

공부도 별로 크게 노력하지 않은 것 같은데 이해도 잘되고 저절로 암기가 되는 과목이 있는가 하면 죽어라 외워도 안 되는 과목이 있다.

노력을 해야 하는 건 맞지만

순리 같은 묘한 길을 어기고 가다 보면

꼭 벽을 만난다.

벽을 무너뜨리든 땅 밑을 파든 어떻게든 거길 지나 보면 늘 좋은 일보다는 또 다른 장벽이 나를 가로막곤 했다.

그쯤 돼서야 고만하자.... 했었는데....

어린 나이도 그렇다고 인생을 많이 산 엄청난 나이도 아니지만 이젠 벽 하나를 무너뜨리고 포기를 선언 하기엔 힘이 든다.

그리고 알고 있다.

이 정도로 안 되는 일에는 벽이 이미 생겨 있다는 사실을......

나 스스로는 이미 결정을 했음에도 젊고 어릴 때는 아니 불과 얼마 전까지는 "네가 그렇지 뭐" "네가 한다고 되겠어?"

그렇게 보는 아니 볼까 하는 남들의 시선 때문에 나 자신을 더 괴롭히고 말았다.

내일은 내가 결정하는 거다.

내 의사와 의지가 담기지 않은 일은 어차피 최선을 다하기도 힘이 든다.

나도 실망을 주기는 싫었어!

학창 시절 공부를 강요하던 엄마에게 나는 실망을 안겨다 주던 딸이었다.

반면 동생은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으며 엄마의 관심을 받았다.

집에서 꼴통인 나는 아무리 잘해도 동생의 능력을 이겨낼 수 없었다. 점점 나는 삐딱해져 갔고 집에서 나는 '건드리지 마''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마'하며 소리만 지르고 다녔다.

엄마와 동생이 비아냥 거리는 소리가 너무 듣기 싫어 일부러 미친 사람처럼 막무가내 억지를 쓴 것 같다.

나는 나름 하고 있었는데.....

그 시선이 그들이 내미는 손이 나에게는 늘 비아냥 거리는 손가락질 같았고 그건 지금도 그렇다.

나의 문제인데 그냥 남 탓을 한다.

알고 있지만 그 시선들이 너무 어렵다.

나도 돈이 좋아!

딸아이 수능이 코앞이다.

바람도 쇠줄 겸 잠시 야외가 있는 식당에서 닭볶음탕과 파전을 먹고 단풍 구경을 했다.

그리고 가을이라 편하게 입을 트레이닝 복을 저렴하게 시간제로 딜을 하는 사이트에서 나름 득템 했다며 구해주었다.

딸아이도 너무 편하고 좋다며 며칠째 입고 있다.

브랜드라고 뭘 사달라 해달라 떼를 쓴 적이 없는 딸이라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너무 저렴한 걸 사줬나 미안한 맘도 없지는 않았지만 형편에 맞춰 그 안에서 행복을 누리는 건 좋은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옷 이야기를 하며 집에 도착해 보니 내 동생 딸의 이모로부터 택배가 와있다.

열어보니 요즘 유행한다는 뽀글이 점퍼다.

유명 등산복 브랜드! 텍을 보니 29만 원...

몰라서 딸이 찾아보니 딸아이가 좋아하는 유명 연예인이 광고 모델로 나온 점퍼에 색상이 몇 개 안 되는 희귀 템이란다.

숨길수 없을 만큼 얼굴이 환해지고 콧노래가 저절로 나오는 딸을 보니 저도 그런 게 좋았었나 보다.

나는 29만 원이나 하는 점퍼를 사줄 수 없다.

아니 사실 과하다고 생각했다.

돈이 많다면.... 글쎄....

남편은 가끔 내가 그런 걸 사는데 너무 인색하다고 말한다.

걷다가 걷다 보면....철마면 원효대 고양이들이 반겨주던 암자

나는 택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첫 번째는 비싸서 아니 내 형편에 아니라고 생각해서이고

다른 방법이 충분히 있는데 꼭 조금 편하자고 그 돈을 쓰는 게 아까워서 이다(택시비용이 보편적인 관점에서 비싸다는 뜻은 아니다.)

두 번째는 그동안 (지금은 많이 변해서 친절하신 분들이 더 많다) 택시 기사님들의 불친절과 투덜거림에 타고 있는 내내 가시방석 같은 그 상황이 싫어서 그냥 버스를 탄다.

그래서 딸과 어디를 가면 버스를 몇 번씩 타고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 그러다 보면 사람 구경도 하고 에피소드도 생기고 그런 걸 즐기기도 하는 터라....

그런데 어느 날 딸아이가 이모가 카카오 콜택시를 부르는데 문 앞에 바로 와서 편하게 밥을 먹고 왔다며 멋있었다고 얘기를 했다.

추운 겨울 버스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핸드폰으로 바로 신청하면 된다고 이모가 가르쳐 줬다고 너무 좋았다고....

그래도 낭만이 있다면.....

아... 나에게... 말은 그렇게 했어도 이 녀석은 편한 게 더 좋았구나!!

생각해보니 그렇다.

나처럼 걷는 걸 좋아하지도 않고 아침 등굣길에도 아빠가 차로 데려다주는 걸 좋아하는 딸이니...

돈이 많다면 달랐을까?

나는 아직도 택시가 불편하다.

대중탕에 친정엄마랑 목욕을 하다 내가 그랬다 이렇게 나이 들어서 엄마 등 밀어주는 딸이 있겠어?? 하며 웃었더니 엄마가 돈 주면 요즘 전문가들이 더 잘 밀어준다고....

웃고 넘겼지만 나는 너무 섭섭했었다.


돈을 싫어하지 않는다. 돈이 있으면 편한 것도 안다.

하지만... 하지만..... 다른 뭔가가 그것을 거부하며 돈의 편안함만 이야기 하기에 나는 너무 섭섭한 마음이 크다.

대학생인 나에게 용돈을 줄 수 없어 매일 아침 도시락을 싸주던 엄마의 정성!

문 앞에 몰래 홍시를 사다 걸어놓고 가시던 외할아버지!

꼬깃꼬깃 신문지에 싸진 채 언제 올지 모르는 나를 기다리던 할머니의 서랍 안 사탕 !화장품 냄새가 베인 사탕이지만 나는 나를 기다린 할머니의 사랑을 먹고 너무 행복했었다.

가을이라 선선한데 마음도 선선해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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