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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May 19. 2022

살기 힘들어 널 때렸어

니가 대신 맞아줘

어린 인권에 대한 방송을 한다. 다큐멘터리 형식의 어릴 때 가정폭력을 겪은 사람들이 성인이 되어 어릴 적 일들을 얘기하고 있다.

그런데 모두 양부모님에게 서라고 한다.

양부모 구나.

 그래도 피붙이가 아니라 남이구나


나도 때릴 줄 안다. 때리고 싶었다.

밀어 버리고 싶었고 나도 무거운 가구들을 들어 협박하고 싶었다.

못해서 안 한 게 아니라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나를 너무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말대꾸 조차 나쁘다며 입을 때렸다.

그럴수록 내가 할 수 있는 온 힘을 다해 소리를 질렀다.

엄마의 아픈 곳 잘못된 점을 콕 짚어 주고 싶었다.

만 아프고 나만 다치고 나만 힘들 수는 없었다.

데들고 악을 써봤다.

소용없었다.

아니 나에게 더 큰 고통이 찾아왔다.

며칠씩 나 보란 듯 굶고 아프다며 누워서 며칠씩 울기만 했다.

남편 복 없는 년 자식복도 없다더니 매일 똑같은 신세한탄을 하며 드러누워 있었다.

내가 사과를 할 때까지.....

입술을 맞아 부어도 뺨이 빨개져도 머리를 쥐어 박혀 자존심이 상해도......누구에게도 말을 할수 없었다.

그냥 나는 엄마에게 데드는 버릇없는 딸이었다.

이모들도 아빠도 동생도 나보고 이해해라. 참아라 .네가 잘못했다 해라.

그때는 정말 미칠 것 같았다.

아무도 나에게 어떻하니..괜쟎니?물어 보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날 더 힘들게 하는건 때리는 엄마가 아니었다.

때리고 소리 지르는 엄마보다 더 힘들고 날 화나게 하는건 드러누워 있는 엄마 모습이었다.

정말 꼴 보기가 싫었다.

내 앞에서 말도 안되는 신세 한탄을 하며 모습이 너무 었다.

내 기억엔 아마도 내가 엄마를 거역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였던 것 같다.

미칠 것만 같았다.


요즘 엄마들의 방송이나 글을 읽다보면 많이 듣는 소리가 있다.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 몰랐다.

그런데 나는 그 소리가 제일 싫다.

그냥 미안하다 진심으로 미안하다.해야할것 같은데....

그런 식으로 합리화하지 마라.

그때는 너무 살기 바빠서 하면서 말끝을 흐리고 만다. 싫다....

힘들다고 모두 그렇지는 않다.


아빠는 남들이 말하는 알코올 중독자였다.

내가 태어난 이후 거의 줄곧 아빠의 주사로 인한 사건 사고는 끊이지 않았고 그 뒷수습은 늘 엄마 차지였다.

술을 많이 마신 날이면 대문을 때려 부시는 듯한 소리와 함께 우리는 부랴부랴 일어나 옷을 입고 책가방을 싸서 도망을 가야만 했다.

그런 상황의 연속인 날들 속에서 최대 피해자는 누구일까?

과연 그걸 가려내는 게 무슨 소용일까?

하지만 그걸 핑계로 엄마는 나에게 소리를 지르고 폭력을 가하고 그 모든 것들을 무마하려고 했다.

끊임없이 늘어놓는 살기 힘든 이유는 나를 더 힘들게 했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엄마가 불쌍하다고 했다.

그리고 나에게 엄마에게 잘해라. 말 잘 들어라.

너희는 정말 엄마 말 잘 들어야 한다.

나도 동생도 똑같이 당했는데 온통 나와 동생의 어린 시절은 아빠의 술주정으로 도배가 되어있는데 왜 엄마의 폭력과 화까지 이해하라고 하는 건지.....


내 의사가 생기고 하고 싶은 말이 생기고 내 뜻이 생기던 중학생 즈음 나는 엄마에게 아빠랑 헤어지길 권했다.

너무 힘들다. 다른 집처럼 정상적으로 살고 싶다.

이제 밤마다 도망갈 곳도 없다.

늘 도망가던 외갓집!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숙모와 삼촌

그리고 무엇보다 사촌동생들도 다 커서 이제 너무 부끄럽다.

부탁이다. 따로 살자.

엄마는 아무 말도 없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땐 설명도 이해를 시켜주기 위한 노력도 없었다.

그냥 본인의 생각과 뜻대로 움직일 뿐

나중 우리 때문이라고 말하지 마라 난 필요 없다.

난 결혼을 하더라도 현재 상황 내 상황 다 말할 거다.

있으나 없으나 똑같다.

제발 부탁이다.

하지만 엄마는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나는 늘 꿈꿨다. 집을 나갈 수 있는 그날을

고등학교 3학년이 지나갈 무렵 미친 듯이 아르바이트를 했다.

밤, 새벽, 주말.....

벗어나고 싶었다 잠시라도 아니 사실은 멀리멀리 아주 멀리 아주 오랫동안 벗어나고 싶었다.

멀어지고 싶었다.


여태까지 어지는 살기 힘들어서라는 핑계는 변함이 없다. 옛날 얘기는 애초에  못 꺼내게 하는 엄마는 그냥 자신의 신세를 아직도 한탄할 뿐이다.


나의 어린시절은 추억이 없는 고통으로 만들어 놓고 본인의 고통만 늘어 놓는다.

본인의 판단이 틀렸다.

너희에게 미안하다란 말은 단 한 번도 없이 그냥 본인이 가장 불쌍한 사람이다.


지금도 화가 나면 나에게 물건을 집어던진다. 소리를 지른다.

악을 쓰며 운다.

드러눕는다. 토한다. 싫다.

여전히 나는 벗어나고 싶다. 나도 던지고 싶고 밀고 싶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한 번도 하지 못했다.

벗어나고 싶다 여전히 달아나고 싶고 멀어지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 복수는 그냥 멀리 떠나 버리는 거다.

정말 멀어져 버리는 거다.


내가 살면서

남들에게  가장 잘하는 복수는 그냥 다시는 안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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