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아 May 19. 2023

너무 우러나면 맛이없다.

나의 카페7

늘 하던 일인데

깜빡하고 그만 다른 버튼을 눌러버렸다.

커피머신에 첫번째 버튼을 눌러야 적당한 압출이 적당한 시간으로 크레마 가득한 고소한 커피가 나오는데

가운데 시간 지정이 안되는 버튼을 눌러 버렸다.

하염없이 흘러 나오던 커피는 샷잔을 넘어가려고 한다.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정지 버튼을 눌렀다.

아슬아슬 샷잔 가득한 에스프레소에 물을 섞어 아메리카노를 만들었다.

앗!쓰다.

떫다.

 고소하던 원래 향보다 처음 맡아보는 나무냄새가  난다.

오래 우려낸다고 좋은건 없다.

뭐든 적당히 뭐든 가장 좋은 그 선까지가 가장 향기롭고 맛있다.

탈탈털어 원두 전체의 맛과 향을 뽑아보겠다고 긴시간 많은 압출을 하는게  좋은 맛을 내는건 아니었다.



하루하루 시간을 입혀가고 사람들은 어울려 살려고 했었다.과거의 사람들은 그렇게..

어른들은 아직도 어울려 살려고 한다고 말한다.

아니 어울려 살자고 한다.

어울림은 강제가 되는 것인가.어른들이 사주면 먹어야 하고 어른들이 부르면 보는게 아니라 달려가야 하고 어른들이 얘기하면 들어야 하고 어른들의 말엔 틀려도 토를 달면 안되고..그런 그들이 자꾸 어울린다는 단어를 쓴다.

물과 잘섞인 아메리카노

우유와 적절하게 잘 섞인 라떼

시간을 더하면 더할수록 점점 더해지는 어른들의 이기심 내 이야기를 들어봐 끝도 없이 이어지는 지겨운 이야기들

거기까지 그 정도 까지만 알고 지내면 좋을것 같은데 더이상 더 얼마나 친해 질려고 하는건지 어디까지 알고 싶은건지

밥을 사줄게 ,같이 어디가자, 이거 먹어, 이거 해

그냥 커피한잔에 그 시간만큼도 허락한 적이 없는데 무차별적으로 말꼬를 튼다.

그리고 무작정 들이댄다.

2500원짜리 커피 한잔이 이토록 힘든 것이었던가.

그들이 말하는 싸가지 없는 젊은 사람들은 모두 자기들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고 자기들과 안면을 트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게 텃세인줄 모르고....

오늘도 밥먹을 시간도 없이 피해 다닌다.

쉴시간이 없다.손님이 많아서가 아니라 대화를 요구하는 어르신들 덕에 잠시도 그냥 앉아있을수가 없다.바쁜척이라도 하지 않으면 너무 고역이다.

한번에 다같이 오시면 좋겠다 생각도 해봤다.

점점 더 알려고가 아니라 상대방의 상황과 관계없이 본인들을 탈탈 털어낸다.

털어도 내겐 먼지밖에 안남는 그들의 속내를 매일매일 더해 갈때마다 그들의 볼품없는 민낯을 보게 되는게 싫다.

그냥 처음 그때처럼 그냥 다정한 손님 정도만 되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고 싶은데

선을 지키는 적당히 서로를 지켜주는 매너있는 대화가 간절하다.

선을 넘었다.


적당한 시간 적당한 압출로 잘 우려난 에스프레소에 물을 잘 섞어 맛나는 아메리카노를 만들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쓴 커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