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저만치 넘어가려 바쁜걸음을 재촉하고 노을이 점점 짙어 오는 시간이 되면
이집 저집에서 아이들을 부르는 엄마 목소리들이 분주하다.
밥짓는 냄새가 할머니집 대문을 넘어서면 오늘은 무슨 반찬일까?
소고기국 냄새가 난다.
나물반찬이 있을것같은
고소한 참기름 볶는 냄새도 난다.
할아버지가 좋아하시던 고추전 냄새도 난다.
오늘따라 저 멀리서 밥짓는 냄새가 난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있을것만 같은
파란대문이 보인다.
더운 날씨에 지칠대로 지쳐
파란대문을 들어서면
할머니가 수박화채를 떠먹여 줄것만 같다.
간간히 밥짓는 냄새 사이로 나는
풀냄새 짙어가는 여름의 문턱에서
여름 같은 짙은 풀냄새가 지나간다.
달리고 달려 차가 멈추지 못하는 갓길마다 벽마다 벌써 초록이 엉기설기 메우고 있다.
여름이 오나보다.
축축 처지고 늘어지는 꼬리를 감추고 애써 경쾌한 발걸음을 당겨 보지만
늘어지는 엉덩이를 당길 힘이 없다.
꼴딱 해가 넘어가면 살짝 찬바람이 콧등을 스친다.
어제는 뻐꾸기 소리가 들리더니 오늘은 풀벌레 소리가 들린다.
여름이 오는 소식은 이렇게도 싱그럽다.
초록초록 폭삭폭삭 할머니 품속같은 여름이 시작되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