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깜비 왔어요!!
깜비야 이리와..."
깜비 엄마가 깜비와 산책길에 들렀다.
"사장님 아아 한잔 주세요.
깜비랑 산책길에 먹으려구요.
깜비야 사장님에게 인사해야지 안녕하세요 해
햇님이네랑 토욜 저녁에 만나기로 했어요.
그 언니가 토요일만 쉰다고 잠시 들른다고 해서요.
그 언니는 정말 바빠요."
"아 햇님이 엄마는 정말 바쁘시네요."라고 말하는 중이었는데 그사이 또 깜비 엄마의 말이 이어진다.
"사장님 인터넷에 올려둔 메뉴들 사진 봤어요.
이것도 먹고싶고 저것도 먹고싶고 다 이쁘고 아..그런데 전 당뇨 환자라 맘대로 못 먹어서 담에 아침 안 먹고 나와서 음 달달한 거 하나 먹을 거예요.
초코는 잘 있나요?"갑자기 우리 집 강아지 안부에 네하고 요즘은 집에서 쉬고 까지 말했는데 또 다른 이야기가 벌써 시작되었다.
그러고 보니 깜비엄마는 다른 사람 답변이 듣고 싶지는 않은 듯했다.
늘 준비해 온 대사를 읽는 배우처럼 상대를 앞에 두고도 혼자서 얘기를 한다.
학생 공부하기 힘들죠? 하고 카페에 놀러 온 우리 딸아이에게 물었다가
우리 아들은 어쩌도 저쩌고
마치 대답을 늘 무시당해서 또 듣지 못할까 봐
스스로 나는 '대답 안 해줘도 돼' 그러는 것처럼
'난 혼자서 잘 지내'
'난 하나도 심심하지 않아'
'나 봐, 잘 지내지? 신나 보이지?'
sns 가득 신나서 놀러 다닌 사진들 맛집 방문한 사진들만 가득 채워놓고 정작 본인은 한 달에 절반 이상을 침대 위에서 눈물바람 하거나 혼자 지내는 사람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말을 한다 많이
내가 어떤 대화를 할까 걱정할 필요도 없이.....
그런데 그런 사람이 또 있다.
주로 가족들과 관계가 소원하고 상처가 많은 사람들이다.
한 번은 그분이 찾아오셨다
잠시 인사를 하고 주문한 음료를 드렸는데 갑자기 손님들이 잇달아 들어와 한꺼번에 주문을 했다.
그분이 보고 있는 상황이었고
나는 정말 고양이손이라도 빌리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그분은 계속 얘기를 했다.
딱히 대답을 원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대꾸가 전혀 없으니 가는 곳마다 따라와서 근처에서 얘기를 했다. 나는 적당히 어쩔 수 없이 대답이나 경청 따위를 포기한 채 밀린 주문에 음료를 만들었다.
그러나 남편은 일일이 답변을 해주느라 정작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거 해야지 이것도
어쩔 수 없이 내가 제재를 하고 남편을 재촉했다.
그 사람을 제재할 수는 없으니.....
고만했으면 좋으련만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그분은 계속 얘기를 했다.
본인딸이 코로나 걸린 이야기에 스스로 추임새도 넣고 안타까워하다가 어머니 얘기를 했다가 오늘 일과를 이야기하다가
안 들으려 하고 있지만 들리는 건 어쩔 수 없었고 순간 짜증이 치밀어 오르려 했다.
바쁜데 신경까지 곤두서서 기분이 엉망징창이 되려고 했다.
왜 그럴까? 왜 저러지?
깜비엄마가 산책길에 들른 대낮의 쨍쨍하던 어느 날 오후
학교 단체주문으로 컵 21개를 바에 올려두고 딸까지 세 명이 붙어 분주하던 참이었다.
누가 봐도 바빠 보였을 것 같다.
하지만 깜비엄마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여전히 밝은 목소리로 무표정한 얼굴로 준비해 온 대사 같은 말들을 이어 나갔다.
질문을 했다가 본인이 대답을 하기도 하고
"아 죄송해요. 단체 주문이 들어와서..."하고 얼버무린 내 말은 그냥 공중에 사라져 버렸다.
바쁜 우릴 대신해 주문을 받던 딸에게로 가서 질문이 이어졌다. 빨리 주문이 끝나고 남은 음료를 같이 만들어야 하는데 환장할 노릇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들의 눈에는 보이는 것을 읽어가는 능력이 사라져 버린 듯 본인들의 세상과 본인의 생각들로 머릿속이 무척이나 복잡한 모양이다.
가끔은 쉬어가도 되는데
가끔은 혼자 앉아 생각을 해도 되는데
말을 하지 않아도 그렇게 가만히 쉬어가도 되는데
대부분의 현재를 사는 사람들은 그들을 돌보아줄 틈이 없다.
그러면 그럴수록 그들은 점점 자신만의 세계로 깊이깊이 빠져들어간다.
손 내밀어 꺼내어 주고 싶어도 내가 짊어져야 할 무게가 의미 없이 무겁게 여겨졌다.
그냥 자꾸 조금씩 멀어지는 연습이 하고 싶을 뿐
오늘도 그냥 괜찮길 빌어보며 커피를 내린다.
오늘처럼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엔 더더 따뜻하게 커피를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