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신분을 찾습니다.

도움을 받는다는 건 준다는 건

by 모아

몇 년 전의 일이다.

딸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있었던 일이다.

학교에 등교를 한지 채 30분도 지나지 않은 시간 전화가 왔다.

담임 선생님이었다.

교문 앞에서 딸아이가 쓰러 졌었다고 그래서 119가 왔는데 어디 병원을 갈까 하고 물어보신다.

너무 놀란 맘에 바로 가겠다고 아이 상태는 지금 어떻냐고 물었다.

다행히 딸아이는 정신이 곧바로 들어 지금은 호흡 맥박 모두 정상이라고 했다.

아파트와 가까운 거리에 학교라 등교 시 10분이면 도착하는데 그 사이 쓰러진 것이다.

한 번도 없던 일이라 손도 떨리고 걱정이 되어 아무런 정신없이 학교 앞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딸아이는 나를 보자 괜찮다고 말을 했다.

그래도 걱정이 되어 병원을 가보자고 했고 그렇게 우리는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다.

검사를 했지만 별다른 이상은 찾지 못했고 우린 한팩의 수액을 맞으며 여러 가지 검사를 했다.

인턴으로 보이는 젊은 의사 선생님이 와서 계속 증상이 있거나 두통이 있거나 하면 외래로 신경과나 내과 진료를 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그리고 쓰러질 당시 상황을 보거나 응급처치를 해준 사람과 통화가 되느냐고 물었다.

너무 정신이 없었고 모두들 놀라서 응급차량을 타고 병원에 오기 바빠서 누가 응급처치를 하고 누가 119를 불러 줬는지 물어보지도 못했다.

그때서야 담임 선생님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오전의 상황을 물어봤다.

그러자 담임 선생님도 출근길에 119가 도착하고 나서 보게 되었고 놀라서 달려가 보니 우리 반 아이라서 부모님께 전화를 드린 거라고 했다.

주변 학생들 말로는 어떤 여성분이 와서 응급처치를 했다고 한다.

119에 물었더니 구조대원이 도착하자 행인이라며 상황을 설명하고 응급처치만 하고 가셨다고 들었다.라고 했다.

학생들 말이 딸아이 브래지어 끈을 풀고 교복 치마허리도 풀고 본인의 옷으로 치마 위를 덮어주고 고개도 옆으로 돌려주고 갔다고 119가 도착하는 것을 보고 갔다고 했다.

누구인지 연락처도 어디 사는지도 알 수 없었다.

길을 가다가 누군가 쓰러지는 걸 본다면....


도와주세요!!

내가 대학 다닐 무렵 지하철 계단을 내려오는데 뒤에 나이가 있으신 중년 여성분이 뒤따라 오고 있었다.

내가 먼저 계단을 다 내려와 몇 발짝 지하철이 올 승강장 쪽으로 향하려 할 때 쿵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들리지 말아야 할 소리라는 직감이 머리를 스쳐갔다.

뒤를 돌아보자 뒤따라 오던 여성분이 마지막 계단 끝에 아주 작게 만들어진 경사면에서 미끄러져 머리를 땅에 찧는 소리였었다.

천장을 향해 누운 자세로 여성분은 움직이지를 않고 있었다.

주변을 살피니 사람은 그 여성분과 나...

그분도 살펴야 하고 역무원에게 도움도 청해야 할 것 같은데 아니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이 하애 졌었다.

가까이 가서 "아주머니 괜찮으세요?"하고 물으니 울듯 말 듯 힘들어하시며 "좀 이상해요 움직이질 못하겠어요"한다.

잘 모르지만 좋은 신호는 아닌 것 같아 주변을 살피니 외상으로 피가 난 건 아니고 목과 머리 경계 쪽 부분이 붓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충격 때문에 그러실 수도 있으실 거예요. 일단 혹시 모르니 움직이지 마시고 잠시 기다리실래요?"하고 역무원을 부르러 가려고 하니 아주머니의 간절한 눈빛이 느껴졌다.

'옆에 있어 주세요. 어디 가지 말아요.'

주변을 다시 살피니 건너편 반대 방향에 아저씨 한분이 내려오는 게 보였다.

평소 모르는 사람에게는 말도 잘하지 못하는 내가 소리를 질러 아저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아저씨는 다행히 빨리 상황을 인지하고 역무원을 불러오겠다며 뛰어가 주셨다.

여성분을 나름 안정시키고 팔도 들지 못하게 한채 손을 잡아주며 사람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지금은 어떠세요?""뭔가 묵직하고 붓는 느낌도 들고 몸을 아직 못 움직일 것 같아요. 느낌이 없는 것 같아""괜찮을 거예요"하고 말은 하는데 경사면에 놓인 머리와 목 사이가 점점 더 붓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승무원이 곧 달려왔고 나는 상황 설명을 했다.

혼자의 책임감과 혹시나 아주머니가 어떻게 되기라도 할까 봐 너무 걱정이 되던 나는 역무원을 보자 아니 사람을 보자 안도의 한숨부터 나왔던 것 같다.

얼마 지나니 119가 도착했다.

역무원이 상황 설명을 했다.

나는 자리를 피했다.

그냥.. 이제 다된 것 같아서?... 더 이상 내가 할 일이 없어서?...

아니면 내가 뭘 책임지게 될까 봐서? 혹시 내가 한 응급조치가 틀리기라도 했을까 하는 두려움일까? 묘한 두려움과 안도감 같았다.

그리고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했으니 가는 게 맞는 것 같다는 판단.

어쨌든 잘 모르는 묘한 감정으로 나는 자리를 떴다.

멀리서 보니 여성분은 목과 머리에 보조대를 차고 들것에 실려 나가셨다.


찾습니다.

딸아이의 응급처치를 하고 사라진 여성분은 아직도 알지 못한다.

누구인지 알리고자 하시지도 않은 것 같았고 발 빠르게 너무 신속하게 잘 대처해 주신 덕분에 더 큰 피해가 없었던 것 같았다.

본인의 옷까지 덮어주셨는데 사실 옷은 응급차에 오르면서 떨어트렸는지 찾지 못했다.

행여 그분이 길을 가다 그걸 보실까 봐 병원에서 나오는 길에 다시 학교 앞을 가봤지만 없었다.

말없는 배려

배려보다 더 큰 감사

어떻게 인사를 드려야 할지....

학교 앞을 오가며 나는 한동안 사람들을 쳐다봤다.

이분일까 이분일까

형사처럼 범인을 찾는 것이 아니라 선행자를 찾느라...


우리는 종종 모르는 사람에게서 도움을 받곤 한다.

그 모르는 사람은 인사도 답례도 원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한 일이 어떤 사람을 위해 올바로 행해진 일이길...

나로 인해 어떤 사람이 괜찮아지길 바랄 뿐

모르는 사람은 그냥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