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아니라 이렇게

내가 다 옳은 건 아니야

by 모아

서랍에 칫솔과 세면도구를 챙겨 넣으려고 서랍을 열었다.

서랍에 물건들을 대충 넣고 서랍을 닫으려 하자

"세로로 넣지 말고 가로로 놔라 꺼내기 쉽게"

"아이고 그거나 그거나 그냥 좀 편하게 살아. 그냥 꺼내면 되지 서랍이 큰 것도 아니고 이삼일이면 갈 건데.."

"그래도 꺼낼 때 편해야지 나는 그렇게는 못 산다."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걸 안다. 만약 저 말을 안 들으려면 큰소리를 내야 한다.

마음 같아선 성질대로 소리치고 싶지만 오늘은 환자 보호자로 간병인으로 온 거니 내가 참는 게 맞는 거 같다.

다시 서랍을 열어 엄마가 원하는 데로 가로로 칫솔과 치약을 놓아주었다.

참 피곤한 사람이다.

나의 엄마지만 정말 피곤한 사람 인건 맞다.

특히 나에게는 더더욱... 뭐 하나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그냥은 용납이 안 되는 사람.

주변 상황 따위 상관없고 그렇게 해야 한다.

유독 어릴 때부터 나에게는 더 그래서 잔소리가 아주 심했다.

오늘도 잔소리가 시작되는 걸 보니 회복이 빠른 것 같다.

엄마는 폐암 수술을 하고 딱 하루 만에 잔소리를 시작했다.

걱정되어 전화 온 동생에게 "음 그래도 이젠 좀 괜쟎은가봐! 잔소리가 시작됐어."라고 말했다.

동생 역시"다행이네"라고.....

사람들은 엄마가 하는 잔소리는 애정이 담긴 참견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때로는 애정이 지나쳐 화풀이 일 때도

때로는 고집스러운 본인의 의지에 불과한 떼쓰기가 되기도 하는 게 잔소리이다.

하지만 또한 엄마니까 난 자식이니까 대부분 그냥 넘어 가야만 한다.

엄마도 밖에서 다른사람들에게 그러지는 않더라.


잔소리는 버릇이다.

남인데도 조금만 편해지면 안 해도 되는 말을 가리지 못하고 뱉어 버린다.

조금만 기다리면 상대가 할 행동을 먼저 말부터 꺼내면서 상대를 무시하는..

그들은 그게 상대방을 무시하는 건지 배려가 없는 건지 알지 못한다.

아니 알려고 하지 않고 말부터 먼저 앞 써다 보니 본인들은 아주 민첩하고 눈치가 빨라 다 보여서 하는 말이라고 착각을 하곤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잊힌 상대의 감정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점점 사람들이 본인에게 대화를 요구하지 않으니 혼잣말 같은 잔소리는 더 심해지곤 한다.

잔소리는 주로 일방적이다.

상대적이라면 이미 잔소리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악다구니도 써보고 안 들어도 보고 무시하는 척도 해 봤지만 똑같았다.

본인의 뜻과 맞지 않으면 가차 없다.


그래서인지... 나는 참 잔소리가 싫다.

성인이고 인지능력이 정상치이면 다 알아서 할 것을 굳이 왜 내 뜻대로 안 했다고 그걸 고치려 들어야 하는 건지....

다 생각이 다르고 삶의 방식이 달라서 그런 것을.....


회사에서 종이컵이 떨어져 새것을 한 줄 꺼냈다.

비닐이 씌워진 종이컵을 구멍이 뚫린 쪽으로 비닐을 뜯어 세워 놓았다.

잠시 후 나보다 나이가 10살쯤 많은 선임이 와서 "아 진짜 생각 없게 누가 이래 놨어? 이러면 먼지 들어가잖아. "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종이컵을 엎어서 뒤쪽에 구멍을 또냈다.

그런데 그게 욕 들어먹을 행동은 아니지 않을까?


집에서 똑같이 종이컵 비닐을 그렇게 뜯으려 하자 남편이 잔소리를 한다.

그래서 "이거나 저거나 뭐가 그렇게 다르다고.. 난 이게 편해

담에 자기는 거꾸로 엎어서 그렇게 해. 엎어진 채로 뜯으면 먼지는 안 들어갈지 몰라도 꺼낼 때마다 구멍 입구에 걸려서 종이컵이 우그러 진단 말이야."

집에서 만은 내 맘대로 하고 싶은 맘도 있었고 나도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 건데, 아니 이러나저러나 먼저 했으면 됐지 그게 다시 말해서 고칠 만큼 중요한 일은 아니지 않냐 말이다.

학원에 여러 명이 모여 수업을 하다 과자를 나눠 먹게 되었다.

스낵 봉지를 한 명이 옆으로 북 뜯어서 넓게 펼치려 하자 어떤 언니가 짜증을 내며 뭐라고 한다.

"과자를 똑바로 위로 뜯어야지 그게 뭐냐고. 나중에 남는 건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고..."

난 남긴 뭘 남을까 봐 남으면 다른데 옮겨 담아도 되고 곧 다시 먹겠지 사람이 많은데... 위로 뜯으면 여러 명 나눠 먹기도 힘들고 봉지 안에 매번 손을 넣어야 하니 손등에 과자 부스러기도 묻고 더 힘든데... 굳이 누구 앞에 있는 과자를 먹고자 봉지를 들어 방향을 바꿔 손을 넣어 먹고 싶지 않아서 아휴 난 못 먹겠다. 하고 있었다.

그러자 옆으로 뜯은 언니가 "그냥 다 먹으면 돼지 별걸 가지고 시비를 겁니까? 아이고 남는 게 걱정이면 내가 다 먹을게.." 한다.

결국 목소리 큰사람이 이기고 말았다.

아니 이기고 지고가 아니라 왜 분위기 좋은 데서 꼭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잔소리를 해서 분위기를 망칠까 나는 이미 벌어진 일에 토를 다는 그녀가 미웠다.


이미 일어난 일.... 본인이 먼저 하지 않은 일은 이미 내일이 아니다.

난 아무것도 아니다. 누구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상대도 엄연히 생각이 있어서 한 행동이고 그 결과가 나랑 좀 맞지 않아도 틀린 건 아니다.

거기에 내 뜻을 관철시키려고 하는 것이 잘못된 생각이다.

어쩌면 사람들은 내 도덕성이 내 판단이 더 우월하다 자부를 하게 되는 걸까?

내가 아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면 달라질까?

아니면 그냥 버릇이고 만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