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가 가져다준 행복

핑계. 안도감. 정리. 내가 간절히 하고 싶은 거

by 모아

영화를 보고 싶다.

시집을 읽고 싶다.

소설을 완독 하고 싶다.

그림을 그리고 싶다.

나에게 주어 진건 사소한 음악 듣기 마저도 허락되지 않았다.

이유 없이 나를 옭아매고 그 안에서 분주히 움직이면 안도가 되는 줄 착각했다.

실제로 움직이는 건 마음만

그래서 불안만 더해 가는걸 억지로 구겨 넣으며

나를 재촉했다.

영화를 보고 싶다.

그런데 시간이 없다.

청소, 설거지, 밥하기, 아이 돌보기 그게 아니면 뭐라도 일을 하고 있어야 하거나 아니면 돈이 되는 일을 위해 공부라도 하거나 아니하는 척을 하는 건가

실제로는 아무도 나를 탓하지 않는다.

실제로는 시간이 없지 않다.

그냥 소파에 앉아 편하게 영화를 보면 안 될 것 같아서

이유 없이 움직이며 스스로 정신없어한다.

더 엄밀히 말하면 내가 편안해 보이면 안 될 것 같아서였는데 점점 편하면 안 될 것 같아서가 되고 말았다.


학창 시절 엄마 눈치 보며 몰래 공부 대신 영화 보고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음악 듣고....

한동안은 그랬다. 그 버릇이 나를 꽤 오랫동안 괴롭혔다.


지금은 내가 그런다. 안 그래도 눈치를 보는 나에게 내가

끊임없이 핑계를 만들어 눈치를 준다.


너 지금 백수잖아 남편 보기 그렇지 않아? 어떻게 혼자 편하게 영화나 보고 있어? 아마 남편이 보면 너 싫어할 거야

실제로 남편은 내가 영화를 보든 책을 읽든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본인에게 잔소리만 안 하면 사실은 딱히 관심이 없는 듯하다.

그런데 나는 아니야 가며 오며 그래도 보지... 미워질 거야


끊임없이 다이어트를 한다. 이제 고만... 더 먹고 싶어도 나 스스로 이제 그만...

운동도 안 하는데 너 더 먹음 쪄서 다들 널 미워하게 될 거야.

딸아이를 출산하고 갓 한 달쯤 지나서 시어머니가 오셨다.

아기 보신다고... 그런데 나를 보더니 그랬다.

"살 빼야겠네. 조금 더 지나면 안 빠진다. 지금 빼야 한다."

출산 후 다들 온다던 우울증도 극복한 나를 다시 구렁텅이로 밀어 넣어 버릴 것 같은 한마디였다.

안다... 뭐 그리 딱히 별 의미가 없이 한 말일 수도 아니면 그냥 걱정돼서 한말이라고 둘러된다면 말이 될 수도...

구름은 바람 때문이라고 비는 구름 때문이라고

사실은 다 핑계야

주변 사람들 반응, 말

결국 눈치를 보는 건 나 자신이고 그들은 준 적이 없다.

어차피 상처도 주는 사람은 없는데 받는 사람만 있는 게 걸리긴 하지만...


하기 싫은 공부를 하고 있다. 고3 입시생 딸만큼 나를 괴롭히며

그 안에서 그 시간만큼은 내가 무언가 하고 있다고 과시할 수 있어 불안이 덜 한 것 같아서

그런데 불안감이 사라지는 것 같지는 않고 괴롭다.

끊임없이 죄여 오는 아무것도 달라진 건 없는데

단지

내 불안감이 나를 옥죄일 뿐.


그러다 브런치를 발견했다.

그리고 글을 썼다.

예전의 글은 다 밀어 두고 지금 내 이야기를

명목이 생긴다면 그렇다면 난 내 맘대로 글을 쓰고

배불리 글을 읽을 테다.

그런데 핑곗거리가 생겼다.


영화를 볼 핑곗거리

소설을 읽을 핑곗거리

핸드폰을 맘껏 만질 핑곗거리

그림을 그릴 핑곗거리

시집을 읽을 핑곗거리

이중에 가장 대박은 이 모든 걸 거창하게 벌이지 않고 핸드폰으로 다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브런치 하나에서 내 글을 쓰고 내 그림을 올리고 내 사진을 올리고...... 글을 읽고.....

명백히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음을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마음껏 달려!!

오늘도 눈 뜨자마자 글을 읽고 불현듯 스치는 지금의 이 행복감을 기록하고 싶어 졌다.

글을 쓴다. 나를 돌아보고 정리를 한다.

하고 싶은 걸 한다. 그리고 핑계를 댄다.

그 편이 더 편하다면 얼마든지 실컷

글을 쓰기 위해서라고

불안지수 높은 내가 꾸덕히 앉아서 내 맘대로 글을 쓰다 보니 마음이 너무 편하다.

그동안 나를 괴롭히던 감정의 골마저 정리를 하는 중이다.

묵은 냄새 가득한 먼지 쌓인 내 감정의 골들을 정리를 하면 마음이 더 편해질 것 같다.

이제 설거지는 니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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