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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비 Jun 23. 2023

2019년, 감정일기 2



내가 웃어도 될까? 왠지 그러면 안 될 것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 있어야 할 것만 같다. 왜냐하면 우울하니까. 우울한 사람인데 왜 나는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실없는 장난도 칠 수 있는 걸까? 그 순간 왜 웃고 있지? 우울이라는 감정 빼고는 아무것도 느끼지 않아야 하는데 이상하다. “나 꾀병 아니야?” 빨리 우울해야할텐데, 다시 불안해야 하는데, 울어야 하는데 어째 오늘따라 우울하지 않다. 눈물을 흘리기 위해 슬픈 노래를 듣고 눈물을 억지로 짜내도 우울하지 않자 초조해졌다. 그러다 다시 우울해졌다. 마음에 안정감이 든다. 


내가 태어난 존재가 그들에게 폐가 될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죄책감이 든다. 나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동자는 늘 화가 나있다. 비참하다. 비참하다. 내가 나를 보고 하는 말. 나뭇가지에 달린 나뭇잎과 같은 나.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바람이 불면 휙 날아갈 것만 같은 조마조마한 상태. 딱 내 처지와 같다.


왜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해 억지로 일을 하고, 무직인 사람들을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걸까. 어른이 되면 일을 해야 된다고 누가 정했을까. 왜 돈을 벌어야 하지. 그 누구도 나에게 꿈을 꾸라고 말하지 않는 걸까. 그저 돈을 벌기 위해 아무거나 하라는 그들의 목소리를 외면해 버렸다. 


나에게 화를 참으라고 말한다. 화를 참으라고 하면서 정작 당신은 화를 낸다. 그럼 내 화는? 내 감정은 어디다 풀어야 하는 거지? 나는 화도 내지 말고 말하지도 말고 가만히 인형처럼 있어야 하는 걸까? 완전 이기적인 마음.  


뭐랄까, 꽃밭에 혼자 새싹인 거 같은 기분. 내가 제일 느린 것 같고 모나 보이는 것 같은 느낌. 우러러보는 시선만 느끼고 자꾸만 꺾이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어야 한다. 나도 꽃이 될 수 있다고. 그러니 싹이 트고 꽃이 필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인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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