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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비 Jun 29. 2023

서툰 어른



서툴다는 말. 어설프고 어리숙하다는 뜻. 그 말이 꼭 나한테 하는 말 같아서. 우왕좌왕하는 나를 보고 말하는 거 같아서 괜스레 싫은 느낌. 



졸업을 후 사회 속으로 뛰어들지 못하고 빙빙 주변만 맴돌다 결국 쏙 하고 자취를 감추어 버렸지만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꾸역꾸역 장단이라도 맞추려고 하는 나를 보니 자꾸만 답답한 마음이 든다. 남들에게 인정받아야 할 것 같은 사회에서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몸도 마음도 경직되어 피하기만 한다. 



24살. 드디어 내 인생에 첫 취업을 하게 된 나. 합격 전화 후 급히 자취방을 알아보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다시 본가로 내려오는 길. 착잡한 기운만 맴돈다. 정말 사회라는 세상에 한걸음 다가간 거 같아서 이 복잡한 기분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남들보다 무엇이든 2배로 생각하는 나. 걱정도 무서움도 느린 것도 모두 다 2배인데 잘할 수 있을까 걱정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씩씩하게 첫 출근을 했지만 선배의 지시에 마음과는 달리 우왕좌왕하고 자꾸만 실수하는 나 자신이 너무나 보잘것없어 보이고 왜 이렇게 못나 보이는지. 선배는 어떤 생각을 할까. 어떻게든 장단이라도 맞추는 꾸역꾸역 따라가는 나를 보고 무슨 생각할까. 서툴다고 생각할까. 답답한 마음만 든다.



서툴고 실수하는 거. 그게 뭐가 됐든 서투른 내 모습을 마주하기가 끔찍이도 싫다. 누구나 그렇듯, 무엇이든 잘하고 잘 해내고 싶어 하는 완벽주의 성향인 나는 친구와 하루를 놀더라도, 밥 먹을 장소를 정하더라도, 책을 구매하더라도, 미리 짜놓은 플랜이 다 충족되었는지 머릿속으로 시행되는 검토와 시뮬레이션을 통해 결정하고 행동한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빗나가는 상황들은 언제나 그렇듯 나를 엄청 혼란스럽게 만든다. 예를 들어가려고 했던 맛집이 휴무이거나 직장에서 예상치 못한 업무를 받는다거나 특히 직장에서 누군가와 통화를 할 때 나의 의사를 전해야 할 때는 실수하지 않고 어른답게, 유창하게 말해야 하는 압박감에 할 말을 종이에 빼곡히 적어 수많은 연습 끝에 전달한다. 



대단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처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겁내하지 않은 사람이다. 나는 처음 해보는 일이 서툴다는 걸 알아서 무엇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서툰 내 모습을 마주하기도 남에게 들키기도 싫었으니까. 언제쯤 성숙한 어른이 될까. 처음은 늘 어렵다. 그리고 두렵다. 설레지 않았고 근심만 많았던 중학교 입학, 고등학교 입학, 대학교 입학, 그리고 직장에서의 첫 출근. 새로운 곳, 새로운 친구들, 새로운 직장 상사 무엇이든 처음이 늘 어렵다. 낯선 환경과 낯선 이들 바라보는 수많은 눈들을 쳐다볼 수 없었으니까. 최대한 완벽한 모습만 보여주려고 애썼다. 새로운 일을 도전하고 과정을 즐기는 이가 진정 성숙한 어른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도전을 하기까지 많은 근심과 생각에 밤낮을 설치는데 생각 없이 바로 실천하는 이가 진정 성숙한 어른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처음이 항상 싫었다. 



스물다섯. 난생처음으로 요가를 하게 되었다. 비록 친구와 같이 하는 거지만.. 새로운 곳에 무얼 한다는 건 나에게 큰 결심이 따라야 하기 때문 용기를 낸  자신이 조금은 멋져 보였다. 허나 그 기분도 잠시 낯선 공간에 있는 상상을 하니 어찌나 싫은지 요가 가기 하루 전 날에는 요가 가는 꿈도 꾸었다. 오늘따라 시간은 왜 그렇게 잘 가는지 떨리는 마음에 친구에게 말을 걸었다. “00아, 나 떨려. 나만 못하면 어떡해?”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다 결국 요가원 문을 재꼈다. (열었다는 표현보다 재꼈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내 걱정과 달리 하이톤의 목소리로 반갑게 맞이하시는 선생님. 옷을 갈아입고 엉성하게 앉아있는 내 모습이 벌거벗은 것 같고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이를 꽉 깨물며 동작을 따라갔지만 어쩔 수 없이 서툰 모습을 들켜버렸다. 처음부터 잘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게 되니 이제는 선생님의 눈을 바로 쳐다볼 수 있는 용기도 요가 선생님의 지도에 서툴지만 따라가는 용기도 생겼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잘할 수 있겠나 서툰 모습 그대로 까발려지는 나지만 더 이상 창피해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게 되었다. 그리고 더 큰 용기를 내어 글을 쓴다. 아니, 내 마음을 고백한다. 이 서툰 말솜씨를 가지고. 서툴러도 괜찮다. 서툴러도 해도 된다. 시간이 지나 여전히 서툴러도 괜찮다. 좁은 마음을 열어 도전하는 용기만 있다면. 나는 계속해서 도전할 예정이다. 그렇게 서툰 도전은 계속된다. i’m keep try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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