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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비 May 28. 2023

사회의 기준으로 살아가는 우리들

: 값없이, 돈없이




삶이 빈곤해질 때 잡생각이 많아지곤 하는데 내 머릿속에 떠나지 않고 한동안 맴돌았던 단어가 있었다. 그건 바로 ‘쓸모’. 쓸모에 대해서. ‘나는 쓸모 있는 사람인가’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했다. 때로는 이 단어가 나를 더 혼탁하게 만들었지만 쓸모 있는 사람인가 아닌가에 대한 분명한 해답을 찾아야만 했다. 그러다 도서관에서 무심코 집어 든 책에서 힌트를 찾게 되었다. 어떤 내용이었냐면 작가 친구가 작가에게 묻는다. “나 쓸모 있는 사람일까? 힘들게 일한 보상으로 월급을 받고 그 월급으로 부모님 생활비도 드리는데, 나 이 정도면 쓸모 있는 사람이겠지?”라고 말이다. 조용히 친구의 말을 듣던 작가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천천히 입을 떼어 이렇게 말한다. “친구야. 우리는 언제부터 자신이 쓸모 있는지 없는지를 돈으로 나누게 된 걸까? 돈을 벌면 쓸모 있는 사람, 돈을 벌지 못하면 쓸모없는 사람인 거야? 왜 기준이 돈이 된 거지?” 


어찌 보면 나도 누군가에게 금전적으로 쓸모 있는 존재가 되려고 했나 보다. 그 대상이 가족이었던 거고. 가족들에게 증명받고 싶지만. 또 물질적인 '돈'을 중요시하는 가족에게 "나 이만큼 벌어요"라고 존재를 떳떳이 내세워 보이고 싶었지만 그럴 형편이 되지 않았던 나는 “돈을 벌지 못하니까. 금전적으로 도움을 주지 못하니까”라는 이유로 스스로를 쓸모없는 사람이라 여겼다. 피해의식에 절어 있었던 나. 그래서 내가 나를 하찮게 봤던 거고 지금껏 쓸모에 대해 증명해야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여겼다. 


그때부터 내 가치를 하나둘씩 바꾸기 시작했다. 내 존재가 엄마 아빠를 살아가게 한다면 그것만으로 이미 쓸모 있는 사람인 거고, 직장에서 나를 필요로 한다면 쓸모 있는 사람이라고 인 거고, 밥 같이 먹을 친구가 있다면 그걸로 나는 쓸모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쓸모없는 삶이 결코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꼭 쓸모가 있어야 하는 건가 싶다는 것이다. 사람이 도구도 아닌데 말이야. 앞으로 쓸모가 있든 없든 쓸모의 값을 돈으로 매기지 않을 거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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