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비 May 28. 2023

/일방적인 관계/

: 끊어질 것들에 관대해지는 마음


  



 누구와 어디서 어떻게 만남을 이어나가든 관계를 유지하기에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든다. 만남을 이어가다 보면 그 사람과 내가 생각한 관계의 깊이가 다르다는 걸 알아차릴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에게 문제와 해답을 찾으려 했고 내가 좀 더 이해하면, 좀 더 노력하면 양보하면 되는 줄 알았다. 정말이지 나만 노력하면 우리의 관계가 다시 예전처럼 좋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점점 상대방의 연락은 늦어지고 이야기는 여전히 형식적이며 의미 없는 대화만 이어져갔고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은 불확실, 애매함으로 번져가 결국 혼자만 노력하는 관계가 되었다. 기대가 큰 만큼 상실감은 두 배 그 이상.


일방적인 관계는 오래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지 못했지만 지금은 뼈저리게 깨우치고 있다. 상대방은 나에게 시간을 쓰려 하지 않고 돈을 쓰려 하지 않고 마음을 쓰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더 이상 문제와 해답을 내게서 찾지 않고 관계의 깊이가 달라도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그래도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걸까. 몇 달 전만 해도 근사한 음식을 먹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응원했던 사이였는데 … 텅 빈 방 안에 혼자 있는 것과 동일한 허한 느낌이 든다.


누군가 나에게 정리된 관계에 대해 후회 하냐고 묻는다면 1초의 망설임 없이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할 것이다. “그냥 네가 내 손 놓은 거야. 난 너한테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후회도 없어. 후회는 네 몫이야” 이별을 고하는 여자가 남자에게 했던 말. 그렇다. 관계 속에서 전전긍긍 최선을 다한 사람은 후회도 없다. 그러니 나 또한 후회 없다. 허나 딱 한 가지 바라는 게 있다면 그들만은 꼭 후회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사랑하고 응원한 사람이 당신 곁에 있었다는 것. 그 사람이 당신 때문에 떠났다는 것. 사랑을 너무 늦게 깨달은 것을 말이다. 자책했으면 좋겠다. 후회는 오롯이 그들의 몫이니까. 

작가의 이전글 2019년, 감정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