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만년필 Apr 01. 2023

공각기동대와 사이보그가 되고 싶은 나

의식의 흐름대로 적어 내려 간 꿈

  이번주 내내 극심한 피로를 느꼈는데 어제는 그 피로가 극에 달했었다. 요즘 시험관 시술을 위해 여성호르몬 주사를 매일 맞았는데 그 부작용으로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 보니 편도가 부어있었고 온몸을 두들겨 맞은 듯한 통증이 있었다. 그제야 뒷자리 보스가 감기에 걸려 사나흘동안 콜록거렸던 것을 떠올렸다. 미열도 있는 것 같은데 마스크를 벗고 생활했더니 환절기 감기가 옮았나 보다. 코로나19 이후의 삶에서 코로나19 이전의 삶으로 약간 돌아왔나 싶은 느낌이다. 마스크를 열심히 쓸 때는 환절기 감기 따위 걸린 적이 없었으니. 

 아파서 끙끙 앓다 보니 뇌는 그대로 두고 몸은 사이보그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공각기동대에 빠져있던 참이다. 공각기동대는 일본의 하드 SF시리즈로 시로 마사무네가 만화를 그렸다. 애니메이션은 이 원작 만화를 기본으로 각기 다른 감독이 연출했다고 한다. 

 1991년 1권이 발매되었고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는데 그 근미래가 벌써 다가왔다. 시로 마사무네는 202X 년대에는 인간이 기계몸을 가지고 생활할 것이라고 생각했나 보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이 더딘 것인지 인간 윤리 문제로 인하여 개발을 막는 것인지 아직 전기차조차 일상화되지 않았다. 공각기동대의 주인공은 태아상태일 때 전쟁으로 부모님을 잃었다. 엄마와 함께 죽기 직전 마침 개발 중이던 전신의체 기술자에 의해 구조되어 태어날 때부터 기계몸을 가지고 생활했다. 한 번도 인간의 몸이었던 적이 없었으므로 자신의 몸을 물건 취급해야 하는지 인간 취급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시기를 거쳤다. 이 만화 속 사람들은 '전뇌화'라고 하여 뇌를 기계몸과 연결시키기 위한 작업을 한다. 네트워크에 늘 연결되어 있는데 컴퓨터와 마찬가지로 해킹을 당한다. 뇌에 유사기억이 몇 겹으로 덧씌워져 내가 기억하는 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게 된다. 내가 진짜 인간이 맞는지에 대해서도 의심스러워한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양심? 사랑? 

 2000년도에 나온 영화로 고 로빈윌리엄스가 주연을 맡았던 '바이센테니얼 맨'이라는 것이 있다. 여기서 로빈 윌리엄스는 사이보그 로봇 역할을 맡았다. 이 로봇은 인간을 사랑했고 인간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인공 장기를 개발한다. 그 인공 장기를 자신의 몸에 이식하고 인간과 결혼하고 같이 식사하고 수면한다. 그리고 일부러 함께 늙어간다. 그렇게 사랑하는 이와 함께 마지막을 맞이한다. 인간을 사랑한 이 로봇은 인간인가? 그가 찾은 인간으로서의 모습은 함께 생활하고 함께 늙어 죽는 것이었나.

 제66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대상 수상작인 '백년법'이라는 책이 있다. 저자는 야마다 무네키이다. 인류는 늙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다. 그러나 영원히 죽지 않는다면 인간은 도태될 뿐이므로 백년법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늙지 않으면서 백 년을 살거나 늙으면서 제 수명대로 살거나. 만약 엄마는 늙지 않고 백년을 살기로 하고 나는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것을 택했을 때, 일정 나이가 넘어가면 나보다 젊은 엄마를 지켜보게 된다. 고민해본다. 나라면 무엇을 택할것인가. 언제 죽을지 알면서 인생을 즐기다 갈 것인가. 언제 죽을지는 모르지만 충실한 매일을 살 것인가. 늙어간다는 것은 인간의 특징인가? 그렇다면 늙지 않고 백 년을 사는 사람들은 인간이 아닌가?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는 점에서 인간답다고 할 수 있는 것인가?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서 인간이 로봇이 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렸을 때 꿈은 사이보그가 되는 것이었다. 은하철도 999의 영향일 수도 있다. 아니 죽음이 두려웠던 것 같다. 죽지 않고 이 지구가 끝나는 날까지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사이보그가 되기 전에 지구가 먼저 멸망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구온난화를 어떻게든 해결하지 못한다면 결국 다 죽을 것이다.(너무 극단적인가.)

 'W디멘션'이라는 애니메이션이 있다. 다른 차원의 에너지를 발견해서 인간은 더 이상 에너지를 얻기 위해 지구 환경을 파괴하지 않아도 된다.  '불꽃소방대'에서도 영원히 줄지 않는 에너지를 발견해서 인류는 어마어마한 발전을 이룬다. 이렇게 '에너지원'에 대한 이야기가 전제로 되는 것은 실제로도 발전을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기가 없다면 발전도 없는데 전기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환경오염이 불가결한 상태이다. 그러니 내가 나의 소원대로 사이보그가 되려면 지구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어마어마한 양의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어야 한다. 

 한동안 메타버스 세계가 유행하더니 챗GPT가 유행하면서 기업들이 AI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고 한다. 엄청나게 똑똑한 AI가 지속가능한 에너지 개발 방법도 찾아줬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윌라 오디오북을 듣기 시작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