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집안이 난리네! 난리야!!

by 산들바람

"소영이 어머니, 소영이 머리에서 이가 나왔어요. 지금 조퇴시키도록 하겠습니다."


"네? 소영이한테서 머릿니가 나왔다구요?"


딸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던 10월 어느 날, 담임 선생님께 걸려온 전화였다.


"소영아, 머리 감고 나서 바로 잠들지 말고 잘 말리고 자! 안 그러면 머릿니 생길 수도 있어! 너 이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지?"


이틀 전 남편이 딸아이에게 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 이가 생겼다며 학교에서 전화가 온 것이다.

전화를 끊고는 여러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하다.

'남편 머리는 어떤가?

그럼 내 머리는?

큰아들도?

당연히 작은 아들도 그렇겠지?

그럼 이제 막 돌잔치를 앞둔 막내까지??'

참빗을 사서 빗어야 하는지, 약을 뿌려야 하는지... 생각만으로도 온몸이 근질근질하다.

결국, 학교에서 돌아온 연연년생 삼 남매를 곧바로 단골 미용실에 데려갔다.

의자에 앉혀놓고 뒤적여보니 딸아이 머릿 사이사이마다 허연 서캐알이 다닥다닥 달라붙었고, 가끔 시커먼 이도 스멀스멀 기어 다닌다.

남자아이들 머리도 서캐가 앉아있다.


"소영아, 언제부터 이랬던 것 같니? 엊그제 아빠가 머리 잘 말리고 자라고 얘기할 때도 못 느꼈었니?"


"그건 잘 모르겠고요. 오늘 수학시간에 교과서를 잃어버려서 짝이랑 같이 보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머리에서 까만 벌레가 떨어지더니 친구 수학책 위를 기어 다니는 거예요. 친구랑 저랑 깜짝 놀라며 무슨 벌레냐며 소리 지르니까 선생님이 보시고 머릿니라고 하셨어요..."


"그럼 짝꿍 머리는 괜찮을까? 다른 친구들은? 너도 누구에게 옮은 걸까?


미용실 원장님에게 딸아이 머리를 짧은 단발로 자르고 스트레이트 열파마를 해 달라 말씀드렸고, 남자아이들은 오늘 당장 논산 훈련소에 가도 이상할 게 없을 만큼 빡빡의 머리로 자르기로 했다.

딸아이의 머리에 열펌 기구를 갖다 대니 '따닥 따다닥 따닥' 요란한 소리를 내며 서캐와 이의 사체가 우수수 떨어진다.


"으악~!!!"


우리는 모두 기겁을 하며 몇 시간 동안 그 작업을 마쳤다.

집에 돌아와 밤이 되었는데 내 머리도 가려운 듯 해 손으로 훑으니 손가락 사이로 통통하고 시커먼 이가 잡힌다. 정말 대참사다!


지난날 우리나라의 위생상태가 좋지 못하던 시절 머릿니는 일상이었다.

오죽했으면 모두들 단체로 줄을 서서 인체에 해로운 줄도 모르고 DDT를 살포했을까....

나는 그러한 시절은 아니지만 시골에 살며 머릿니를 내내 달고 살았다.

가끔은 친구들끼리 볕이 잘 드는 댓돌에 앉아 서로의 무릎을 번갈아 베고 손톱으로 서캐를 훑어주곤 했었다. 어떤 것은 죽은 것인지 영양분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서인지 가늘고 비쩍 마른 것도 있지만 어떤 것은 쌀알처럼 통통한 것이 엄지손톱과 엄지손톱 사이로 누르면 '따다닥' 하는 경쾌한 소리를 내며 터질 때면 왠지 모를 묘한 희열을 느끼곤 했다.

엄마는 읍내 장에 나가 이를 없앤다는 샴푸와 참빗을 사 오기도 했다.

예전엔 시골 장날, 난전에 참빗을 늘어놓고 팔던 풍경도 흔한 것이었다.

어느 날은 숫자가 쓰여 있는 철 지난 달력을 뒤집어 등 뒤 바닥에 깔아놓고, 보자기를 두르고는 촘촘한 참빗으로 훑어보기도 한다.. 그럴 때면 색이 진하고 촘촘한 참 빗 사이로 허연 서캐알이 명암의 대비를 이루며 깨알같이 걸려있거나 달력 뒷면의 흰 바닥에 시커먼 이가 갈 길을 못 찾고 꿈틀꿈틀 기어가곤 했었다.

그래도 이는 쉽게 없어지지 않았다. 어느 정도 없앤 줄 알았는데 얼마 안 있어 다른 친구에게 옮고, 옮기며 국민학교를 졸업하는 내내 속을 썩이곤 했다.

머릿속에서 내 두피의 영양분을 먹으며 기생하던 그 녀석들로 인해 항상 머리를 벅벅 긁어대던 기억이 난다.


머리를 짧은 단발로 댕강 자른 딸과 빡빡머리 아들들을 보니 웃음이 난다.

하지만 문제는... 곧 막내 돌잔치라는 것! 웃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친척 어른들은 애들 머리를 왜 이래놨느냐 여기저기서 물어보실 텐데 말이다.

더군다나 큰아들과 둘째인 큰딸이 돌잔치 진행을 맡기로 했는데 이를 어쩌나?

친척 중 누구에게 돌잔치 진행을 부탁할까, 전문사회자를 불러야 하나 이런저런 고심을 하던 중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과 3학년 딸에게 사회를 보는 게 어떻겠느냐 권유하니 고맙게도 흔쾌히 승낙을 해 주었다.

나는 A4용지에 아들과 딸의 진행대사를 각각 다른 색상으로 크게 써서 프린트 한 뒤 손바닥만 한 직사각 마분지 여러 페이지에 진행멘트를 붙이고, 한 귀퉁이에 구멍을 뚫어 고리를 매달아 주었다.

그리고 며칠 동안 둘을 세워놓고는 진행연습을 시킨다.

큰 딸아이는 하얀색 드레스를 입히고, 아들들은 흰 셔츠와 검정 바지에 검은색 조끼를 입히고 빨간색 나비넥타이로 장식을 하려 했는데 빡빡머리와 잘 어울릴까???

머리를 깎여놓으니 시골뜨기처럼 보이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어쨌든 돌잔치를 준비하던 어느 날, 앉아있는 막내둥이 뒤통수에 서캐가 붙어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아직 머리카락이 얼마 나지 않은 데다 숱이 없어 한눈에 보이는 것이 불행인지 다행인지 두세 마리의 서캐를 손톱으로 긁어내며 한숨이 나온다.

그나마 남자아이들의 빡빡머리가 어느 정도 자란 상태에서 돌잔치를 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스러웠다.

그래도 아이들은 활짝 웃는 표정으로 막내둥이의 첫 생일을 축하하며 사진을 찍는다.

늘 큰딸아이로 인해 에피소드가 끝이 없다. 어느 날은 기생충이 버글버글 기어 나와 기막히게 했던 기생충 때려잡기 편, 황조롱이를 기르겠다며 집으로 데려오는 야생동물 구조대 편, 지금의 서캐 박멸 소탕작전 편, 앞으로 다가올 등교 대작전 편, 두 번의 자퇴 이슈 등...

열여덟 살인 지금까지 자라오며 집안을 들썩이는 수없이 많은 사건, 사고가 존재하니 정말 이 녀석 때문에 집안이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온 집안이 난리네 난리야!!!.... 근데 그게 우리 집 얘기다!'


'극한 직업, 우리 집 둘째의 엄마!!!.... 근데 그게 내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