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일이 생기면 전화하는 고민 상담소
옷 사주시고 용돈 주시는 든든한 우리 할머니
옷장, 통장, 든든한 가로등
상담비 공짜!
만나면 항상 웃어주시는
포근한 배게처럼 국밥처럼 따뜻한 손길!
캐러멜처럼 달달한 목소리 가득가득
우리 가족 고민 상담소
무조건 공짜!
딸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 수업시간, 자유주제로 시를 짓고 앞에 나가 발표한 글이다.
아이가 자신의 시를 읽던 중 담임선생님이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단다.
키는 180cm가 넘고, 스포츠머리에 다부진 체격을 가진 남자 선생님을 학생들은 평소에 무서워만 했었다. 그런 선생님의 기억 속 할머니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어떤 추억이 떠올라 두 눈과 코가 빨개졌을까?
아이의 글 속에 '할머니가 좋아요' 같은 직접적인 문장은 하나도 없지만
고민 상담소, 옷장, 통장, 가로등, 베개, 국밥, 캐러멜 등 은유적 표현을 사용하며 할머니의 존재를 직관적으로 표현한다.
게다가 '공짜'라는 단어를 반복 사용하여 해학과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 예쁜 동시를 지어냈다.
나는 불행하게도 양가 할머니를 느끼지 못했다.
친정엄마 또한 나에게는 참으로 이해되지 않는 어려운 존재였다.
그런데 딸아이는 할머니와의 정서적 관계를 '슬픈 일이 생기면 전화하는 고민 상담소'라며
첫 문장부터 단번에 표현할 수 있다니...
나로서는 제대로 느껴본 적 없어 알 수 없던 다정함을 세대를 건너 띈 내 아이가 나의 엄마를 통해 느낄 수 있다는게 신기하다. 그래서 사랑은 내리사랑이라 했을까?
내 모호한 정서적 공허함을 아이가 대신 꽉 차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참 다행이라 생각했다.
엄마가 그런 기억을 누군가에게 남겨주고 떠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여러분들은 할머니에 대해 어떤 기억과 추억들이 있으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