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처음 만난 날은 나에게 가장 큰 선물이었다.
어두운 공기 속에 8월의 바람과 같이 불었다.
너와 나의 시작을 다 기억한다.
아이들 뒤로 동떨어져 눈이 맞은 둘
내일도 만나고 다음에도 만나자
이런 사소한 말은 쌓여서 일 년의 만남을 만들었고
이제는 사소한 말을 할 수 없는 거리
철이 너무 없었다. 너무너무 없었다. 그게 제일 행복했다.
아마 너희도 다 그렇게 생각할 거라고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잘 안다고
이른 10시면 사람들이 집에 들어가는 작은 동네
항상 새벽이던 밤이던 아침이던 만났던 우리
정말 사소하게 갔던 공원 그냥 생각나서 마신 맥주
우린 일들이 많았다.
우린 바뀌었다. 내적 멀어진 건 서로 말 안 해도 알겠지
행복은 점점 사그라들고 어느덧 눈 내리는 겨울
또 입에는 담배가 물려 있구나
옆에 있는 너를 보니 일 년이 다 간다
끊어야지 이번 한 번만 피고
라고 생각 하는 순간 이미 우린 다른 곳
다시는 이런 경험 못하겠지 너를 만나 참 다행이야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우리 이야기는 내 아픔 속에
할 말이 너무너무 아직 너무 많은데
이럴 나이 아니니까
아직 쉬고 싶다
2021년 5월 18일 오전 2:13분
몇 년 전, 뭔가 확인할 게 있어 아이에게 허락을 받고 노트북을 열어보다 아이의 글을 보게 되었다.
중학교 2학년인 만 13세에 쓴 글이다.
글을 읽는 순간 멈칫한다.
'아니 얘가 벌써 어른 생활을 한다는 걸까?'걱정이 먼저 앞섰다.
'아냐.... 글 작성일이 5월인데 시점은 겨울이고, 남자친구를 사귄 게 일 년도 안되었는데 벌써 일 년이라잖아....'라며 어지러운 머릿속 생각을 정리하며 다독여본다.
'아니야.... 이 글은 사실의 기록이라기보다 감정의 기록일 거야... 오로지 작품으로 이해하자...
십 대 소녀가 처음 겪었을 사랑과 이별을 대하는 솔직한 마음을 글로 표현한 것이다.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이미지를 사용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글을 읽으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계절과 시간, 사물을 인용해 시간의 흐름을 글에 녹이고, 그에 따른 감정 변화와 이후 겪었던 감정의 소용돌이를 표현하기 위해 어른의 언어를 빌려왔을 것이다.
사춘기가 시작되며 아이가 쓴 글을 볼 기회가 없었는데 그동안 이만큼 자라 있었다.
워낙 솔직한 아이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가감 없이 글로 표현하는 이 아이가 기특하기도, 두렵기도, 대견스럽기도 하다.
이제 곧 성인이 되는 너는 그동안 더욱 많은 경험을 축적했을 테고 그로 인해 '감정'을 다룰 수 있는 이해의 폭이 더 깊고 넓어졌을까?
지금은 어떤 글을 쓰고 있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