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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나무(네 번째 작품)

by 산들바람

등나무에 보라색 먹음직스러운

포도송이가 타닥타닥

호박벌도 반했나 봐요.


창문을 열면 시원한 바람과

등나무 향기가 섞여

우리도 반할걸요!


보라색 잎을 선물 받아

우리를 유혹하는 등나무

뜨거운 태양을 쏴~하고 들이마시는 등나무


뜨거울까?



딸아이가 9년 전인 초등학교 3학년 수업시간, 자유롭게 동시를 짓는 시간에 썼던 글이다.

선생님은 빨간색 볼펜으로 '우와~ 시인이군요!'라는 짧은 글을 남겨주셨다.

등나무의 꽃을 포도로 비유했으며 '타닥타닥'이라는 의성어를 사용해 리듬감을 살렸다.

사실 포도에서 나는 소리는 아닌데 아마도 포도 껍질에 비치는 햇빛, 살랑이는 바람 등을 좀 더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싶었던 것일까?

'시원한 바람과 등나무 향기가 섞인다'는 표현도 후각과 촉각을 결합해 감각적으로 표현한다.


사실 수동적인 등나무에 불과하지만 태양을 마음껏 들이마신 후, 인간의 시각, 청각, 후각을 이용해 우리를 유혹할 수 있는 능동적 대상으로 표현했다고 할까?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표현은 마지막 절의 '뜨거울까?'라는 표현이다.

마지막 문장을 읽는 순간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했다.

아이다운 순수한 마음, 유쾌한 기분, 독자가 읽고 다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여운 등


짧은 글 속에 우리 딸아이의 모습이 그대로 녹아있어 미소가 번졌던 기억이 난다.

부디 앞으로도 '뜨거울까?'라고 묻던 그 유쾌하고 기대에 가득 찬 호기심이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만 된다면 다소 무겁고도 지치는 인생여정을 반대로 행복하고 풍성하게 이끌어 주는 원동력이 되어주지 않을까?

앞으로 나아갈 세상은 두려움이 아닌 호기심으로 가득 찬 세상이며 유쾌한 자신감으로 가득했던 어릴 적 그 마음으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가기를 바랄 뿐이다.

가끔은 항상 네 편이 되어주는 아빠와 엄마를 찾아오렴 그럼 엄마도 너에게 물을게...


'뜨거울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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