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by 호두파이

''엄마 생일은 음력이라서 자꾸 헷갈려~''

음력에 익숙지 않은 요즘 애들이라서 그런지

달력 큰 숫자 밑의 작은 글씨가 음력이라고,

아무리 말을 해줘도 헷갈리는 모양이다


오복 중에 삼복이 들어가 있어서

평생 돈 걱정 없이 귀하고 사랑받으며 살 거라고,

얘기해주신 엄마 얘길 듣고는

평생 음력 생일을 고집해왔다


그 음력 생일을 60이 되던 생일에,

양력으로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느닷없는 친구의 비보


급성 백혈병이 발병한 줄도 모르고

치과치료를 받다가 출혈이 멈추지 않아

응급실에 들어서자마자 쇼크로 쓰러진ㅡ

그 친구의 황망한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제발 며칠이라도 더 살아다오' 속으로 빌었다


내 생일 아침, 딸이 끓여준 미역국을 먹고

케이크에 불을 끄고

날씨까지 좋아서

정말 기분 좋게 아이들과 소풍도 다녀왔다


꿈같은 하루였다


저녁을 먹고 기분 좋게 TV 채널을 돌리고 있는데

친구 아들로부터 부고 문자가 떴다


유난히 환하게 웃고 있는 친구의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난, '저렇게 밝게 웃는 사진으로

절대 영정사진 쓰지 말라고 해야지' 마음먹었다

친구의 환하게 웃고 있는 젊음은

내겐 더 참담한 슬픔으로 다가왔다



'너를 절대로 기억하지 않을 거야'

'이렇게 빨리 가려고 식사도 거르면서

그렇게 열심히 살았니?'

'자기 몸도 가꾸지 못하고.. 바보 같은..ᆢ'


이젠 그 친구에 대한 기억도 다 잊고,

그 친구와 함께 마셨던 수제 유자차도 이젠 마시지 않을 것이며

그 친구가 치열하게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그 학원 앞으로는 걸어 다니지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유난히

햇빛이 찬란했던 그 봄 날을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그날은 아름다운 내 생일이기도,

그 친구가 치열하게 숨 쉬며 살다 간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나는 새로운 양력 생일로

내 생일을 맞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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