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사 노트 3]

권력은 사람을 외롭게 만든다

by 나팔수

[가정교사 노트 3]

권력은 사람을 외롭게 만든다


대통령이 고립되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듯이 “대통령이 고집이 세서”, “성격이 원래 외로워서”, “주변을 믿지 못해서”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도 많다. 사람을 믿으려 했던 대통령이, 끝내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는 과정. 그 과정이 대통령을 외롭게 만든다.

권력은 인간을 강하게 만드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인간을 ‘닫힌 존재’로 만든다.

대통령에게는 많은 사람이 다가온다. 하지만 그 많은 만남이 곧 관계를 뜻하지는 않는다. 권력자의 주변이 시끄럽고 분주할수록, 정작 권력자의 마음은 고요해진다. 아니, 고요해진다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고요해지는 것이 아니라 비어 간다. 사람은 많아지는데, 진심은 사라지고, 말은 많아지는데, 진실은 줄어드는 기묘한 공간. 그것이 권력의 한가운데다.


1) 권력은 ‘사람’을 지우고 ‘자리’만 남긴다


대통령이란 직함이 붙는 순간, 사람들은 대통령을 한 인간으로 대하지 않는다.

대통령은 이름이 아니라 역할이 된다. 표정이 아니라 신호가 된다. 말 한마디가 ‘대화’가 아니라 ‘메시지’가 된다. 이 변화는 대통령만 겪는 것이 아니다. 주변 사람들이 먼저 변한다. 가까웠던 이들도 어느 순간 말을 고르고, 눈치를 보고, 표정을 살핀다. 대통령이 부담을 주지 않으려 애써도, 그 자리가 이미 부담이 된다.


그때부터 대통령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만나는’ 사람이 된다.

친구와 식사를 하더라도, 그 자리에는 대화보다 해석이 먼저 따라붙는다.

누구를 불렀느냐, 누구를 빼느냐, 무슨 말을 했느냐, 무엇을 숨겼느냐.

대통령에게 관계는 곧 정치가 되고, 정치는 곧 이해관계가 된다.

이때부터 대통령은 조금씩 깨닫는다.

“나는 더 이상 인간으로 존재할 수 없구나.”

이 깨달음이 고독의 시작이다.


2) 보고는 많아지지만, 진실은 가까워지지 않는다


대통령이 고립되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정보’가 아니라 ‘진실’이다.

대통령은 매일 보고를 받는다. 서류는 쌓이고, 브리핑은 이어지고, 숫자와 분석은 끝없이 들어온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현실은 멀어진다. 이는 대통령이 무능해서가 아니라, 권력이라는 구조가 필연적으로 “불편한 사실”을 걸러내기 때문이다.


대통령 앞에서 말은 점점 조심스러워진다.

그리고 조심스러운 말은 대개 진실이 아니라 안전을 향한다.

대통령이 듣기 싫어할까 봐, 기분이 상할까 봐, 책임이 돌아올까 봐.

결국 보고는 대통령의 눈을 뜨게 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눈을 가리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보고는 대통령을 보호한다.

하지만 그 보호는 때로는 대통령을 무너뜨린다.

진실이 사라진 권력은 방향 감각을 잃는다.

그리고 방향 감각을 잃은 대통령은 점점 더 좁은 사람만 찾게 된다.

결국 대통령은 “진실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진실이 차단돼서” 고립된다.


3) 권력 주변에는 사람이 아니라 ‘기회’가 모인다


권력자의 주변에는 충성도 있고, 능력도 있고, 진짜 애정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많은 것은 ‘기회’다.

대통령의 옆자리는 언제나 기회가 된다.

권력에 가까울수록 말이 부드러워지고, 표정이 공손해지며, 충성은 과장된다.

그 과장은 대통령을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을 속이는 것이다.


대통령이 외로워지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인간관계가 끊어져서가 아니라, 인간관계가 ‘거짓으로 채워져서’ 외로워지는 것이다.

대통령은 더 이상 누구의 말도 100% 믿을 수 없게 된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가.

대통령은 결국 자기 생각만 듣는다.

자기 확신만 강화한다.

권력은 그렇게 한 사람을 ‘절대적 고독’으로 몰아넣는다.

그 고독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운영의 문제로 이어진다.

잘못된 판단은 언제나 ‘틀린 정보’에서 나오지 않는다.

대부분은 ‘진실을 듣지 못한 구조’에서 나온다.


4) 고독은 피할 수 없지만, 고립은 관리할 수 있다


대통령의 외로움은 완전히 없앨 수 없다.

그 자리는 원래 외로운 자리다.

그러나 고립은 운명처럼 따라오는 것이 아니다.

고립은 방치하면 커지고, 관리하면 줄어든다.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진실을 말해주는 사람’을 옆에 두는 것.

‘충성하는 사람’이 아니라 ‘불편한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남겨두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통령 자신이,

스스로를 권력의 환상에서 꺼내 현실로 데려오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권력자가 현실을 잊는 순간, 국정은 방향을 잃는다.

대통령이 고립되는 순간, 국가는 위험해진다.

대통령의 외로움은 개인의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외로움이 고립으로 굳어지는 순간, 그 피해는 국민에게로 넘어간다.


그래서 이 노트의 결론은 단순하다.

권력은 사람을 외롭게 만든다.

그러나 진짜 비극은 외로움이 아니라,

그 외로움 속에서 진실이 끊어지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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