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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동 김종남 Nov 13. 2024

우리는 왜 혼자인가?

바람이 불지않아도 나뭇잎처럼 떨어진다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나는 왜 내가 혼자인가를 알았다 푸른 나무와 무성한 저 숲이 실은 하나의 이파리라는 것을 --- / 제각기 돋았다 홀로 져야하는 하나의 나뭇잎한잎 한잎이 동떨어져 살고 있는 고독의 자리임을 나는 알았다. (---) ”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이어령 >          


‘강천사 맨발길’을 걸었다. 병풍폭포에서 구장군 폭포까지 왕복 5km, 가파른 기암절벽과 숲 사이로 콸콸 청수가 흐르는 계곡을 따라가는 흙길이다. 애기 단풍이 붉게 물들고 넓은 잎 낙엽이 우수수 떨어진다.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시구가 절실하게 어울린다. ‘푸른 나무와 무성한 저 숲이 실은 하나의 이파리라는 것’을 언제 깨달을 수 있을까.       


평일 오후 시간인데도 단풍철을 맞은 강천사 길은 마치 주말 충장로처럼 인파로 붐빈다. ‘무성한 저 숲이 하나의 이파리’라면 저 붐비는 인파도 실은 한 사람 한 사람, ‘제각기 돋았다 홀로 져야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있음이다.      


돌아오는 길은 흐르는 계곡물 따라 내려오는 내리막길이다. 바람이 불지 않아도 물소리 따라 나뭇잎들은 떨어진다. 마음도 나뭇잎처럼 떨어진다.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 우리들의 마음도 흔들린다. 온 우주의 공간이 흔들린다. <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 이어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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