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구, 부산, 강능이 보통명사 광주가 된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 너라고, 혹은 당신이라고 2인칭으로 불리는 순간 희끄무레한 어둠 속에서 깨어난 소년이 혼의 걸음걸이로 현재를 향해 다가온다. 점점 더 가까이 가까이 걸어와 현재가 된다.”
- 한 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
한 강 작가는 12월7일 스웨덴 한림원에서 “이 소설(소년이 온다)을 쓰는 동안 실제로 과거가 현재를 돕고 있다고, 죽은 자들이 산 자를 구하고 있다고 느낀 순간들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홀로 살 수 없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또 도움을 주면서 생명을 유지한다. 태어남부터가 부모의 도움이었다.
한 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는 12월10일, 무등도서관에 가서 ‘문학을 읽다’ 모임에서 낭독하는 한 강 작품을 들었다. 제일 먼저 고3 학생이 <괜찮아>, <서시>, <눈물이 찾아올 때 내 몸은 텅 빈 항아리가 되지> 등 시 4개를 낭독했다. 이어 4명의 낭독자가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채식주의자>, <희랍어 시간>에서 한 대목씩을 읽었다.
44년 전 죽은 소년이 현재가 되어 걸어온다. 분수대 앞 5.18 민주광장은 그때처럼 시민 물결로 출렁거린다. 서울, 대구, 부산, 강능 전국 모든 도시가 보통명사 광주가 된다.
“인간의 잔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더 이상 한 도시를 가르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된다. (---) 시간과 공간을 건너 계속해서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현재형이라는 것을,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한 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