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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동 김종남 Oct 14. 2022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공부는?

잘살기 위한 공부는 잘 죽기위한 공부일 수도 있다

공부(工夫)란 무엇인가?

"천지(天地)를 사람이 연결하는 것, 농기구로 땅을 파헤쳐 농사짓는 일"

우이(牛耳) 신영복선생은 <담론>에서 갑골문으로 ‘工夫’를 풀이한다. 

이어 당부한다. “공부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키우는 세계 인식이자 자기성찰이며,

이제 살아가는 것 자체가 공부이고 살아가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


노자 출관 (이미지출처 : webzine.daesoon.org)


금요일 저녁마다 ‘장자’를 공부한다. 광주 동구인문학당에서 열리는 양회석 교수의 장자 특강이다. 중장년 수강자 30여 명이 열심이다. 놀지 않고 무언가 배우고 있다는 열심일까. 어려운 젊은 시절을 겪었던 중장년 세대는 노는 시간을 불안해한다. 그렇다고 장자 공부가 밥벌이나 돈 버는 데 도움이 되는 공부는 아니다.


갑골문자가 만들어지던 5천여 년 전, 농사는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육체 활동이자 밥을 벌기 위한 귀중한 노동이었다. 21세기인 지금, 농사는 수많은 생산활동 중 하나이다. 공부도 농사짓는 육체노동부터 ‘올바른 세계 인식과 자기성찰’을 하는 정신 활동 영역까지 넓어졌다. 이제 우리는 21세기를 제대로 살기 위해 무엇을 열심히 공부해야 할까.


장자 말씀은 2천 년 세월을 건너뛰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세계 인식과 자기성찰’을 줄 수 있나? 오늘 장자 공부는 대종사 편 제4장, ‘죽음과 삶은 하나’이다. “심한 병에 걸려 죽게 된 자래(子來)는 임종의 자리에서 친구들에게 말한다. ‘대지가 형체로써 나를 실어주고, 삶을 주어 나를 수고롭게 하고, 늙음을 주어 나를 편안하게 하며, 죽음을 주어 나를 쉬게 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나의 삶을 잘 대처하는 것은 바로 나의 죽음을 잘 대처하는 바라오.’”


죽음에 대한 성찰은 수천 년 계속되어도 여전히 새롭다. 살아가는 일이 죽어가는 일이라면 잘 살기 위한 공부는 잘 죽기 위한 공부도 될 수 있다. 장자는 붕새가 구만리 창공을 웅비하며 ‘우물 안 개구리’를 내려다보듯 인간세계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아침 한 끼만 굶어도 하늘이 노래지는 우물 안 인간은 ‘나비 꿈(胡蝶夢)’ 이야기를 수십 번 들어도 우물을 벗어나지 못한다. ‘삶과 죽음, 있음과 없음이 한 몸이 되는’ 큰 역설을 깨닫기에는 역부족이다.


차라리 ‘아침을 열면서 죽음을 생각하라’는 작은 역설을 떠올려본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는 김영민 서울대 교수의 칼럼 첫 문장이다. 활기찬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삶의 에너지가 넘치는 시간에 죽음을 생각하라는 역설적인 성찰이다. 김영민 교수는 “살아가는 일이 죽어가는 일, 삶이 곧 죽음이라면, 그리하여 이미 죽어있다면, 여생은 그저 덤이다. --- 실제로 자신과 자신의 공동체가 이미 죽어있을 가능성이 높다. 부고는 늘 죽음보다 늦게 온다. 밤하늘의 별이 반짝여도 그 별은 이미 사라졌을 수 있다.”라고 말한다.


생각해보니 생명체의 부고는 늘 죽음보다 늦게 오는 건 아니다. 3개월, 6개월, 시한부 인생처럼 먼저 오는 부고도 있다. 사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누구나 시한부 부고를 받은 생명체다. 60년, 80년, 모르는 채 살고 있을 뿐이다. 무 생명체인 북극성은 지구에서 430광년이나 멀리 있다. 400년 전에 북극성이 우주에서 사라졌다 해도 지구 밤하늘 북극성은 앞으로 30년 동안 계속 살아 빛을 낸다. 지구 생명체가 다 죽어 사라진다 해도 우주 밤하늘엔 변화가 없다.


톨스토이는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에서 ‘육체노동’을 마지막 공부로 예찬했다. “두 손으로 노동할 때 / 우리는 세상을 공부하게 된다. / 채소밭을 가꾸면서 나는 생각한다. / 왜 진작 이렇게 하지 않아 / 지금같은 행복을 누리지 못했을까? // --- 육체 노동을 할 때 만이 / 지적이고 영적인 삶이 가능하다.” 우리가 죽을 때까지 해야 할 공부는 인간이 수천 년 전부터 해오던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농사 공부가 아닐까.   2022.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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