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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동 김종남 Nov 03. 2022

'농자천하지대본' 아직 유효한가요?

먹을거리 자급자족하고 친지에게 보내는 아름다운 말년을!


인구감소, 해가 갈수록 더 심각해진다.

더불어 농촌붕괴, 지방소멸도 가속도가 붙는다.

어려울 때일수록 근본으로 돌아가야한다. 

100년 전 근본은 지금도 근본이다.

                                         

농촌에는 빈집도 많고 노는 땅도 많다. 귀농, 귀촌이 아름다운 말년을 보장하려면 어찌해야할 것인가 (출처 ; hankyung.com)

은퇴하면 농사를 짓겠다던 친구가 있었다. 고향에 땅까지 사놓았다며 잊을만하면 자랑하던 친구였다. 막상 은퇴하자 그는 여기저기 다른 일만 쫓아다녔다. 귀농할 생각은 아예 잊은 듯하다. 언젠가 한 번 물어보았다. 못 들은 척하다 ‘너무 나이가 많은 것 같아---’라고 마지못해 답했다. 농사를 짓기에는 너무 나이가 들어 귀농을 포기했다는 말이다.


사실 나이 들어 귀농은 어려운 일이다. 물 맑고 경치 좋은 곳에 별장처럼 멋진 집 짓고 노후를 즐기는 귀촌이라면 몰라도--. 새판잡이가 농사를 손해 안 날 만큼 지으려면 십 년 세월이 걸린다는데 은퇴 나이에 그 힘든 일을 어찌 감당하겠는가.. 더군다나 오랫동안 적조했던 고향 친구들과 다시 우정을 쌓고, 새 이웃들과 사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귀농보다 부담이 적은 귀촌은 어떨까. 한 때 서울 친구들 만나면 귀촌을 권했다. ‘서울 아파트 팔면 그 절반만 주어도 광주전남에 괜찮은 집하나 구할 수 있다. 나머지 돈으로 노후를 품위 있게 즐길 수 있지 않겠나?’는 논리였다. 그러나 그건 그저 논리일 뿐이었다. 그 많은 중고 동창들 중에 서울에서 고향인 광주전남으로 돌아온 친구는 지금까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살다 보면 사는 곳이 고향’이라고 출생지 관계없이 서울 사는 사람 중 78%(2011년 통계)가 ‘서울을 고향으로’ 느낀단다. 그래서 다들 서울을 안 떠나는 모양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국민 중 92%(2016년 국토교통부통계)가 국토 17%인 도시에 몰려 살고 있다는 점이다. 83%나 되는 너른 농어촌, 산촌에는 겨우 8%만 살고 있다. 경기지역은 사람이 넘쳐나는데 농어촌은 텅텅 비어 간다..


더구나 농촌에는 젊은 사람들 보기 힘들다. 정작 젊은이가 환영받고, 젊은 일손이 필요한 곳은 농촌이다. 귀농을 권유할 곳은 노쇠한 노년층이 아니다. 힘과 패기가 넘치는 청년들이 귀농해야 한다. ‘취업 절벽’에 부딪쳐 절망하는 젊은이들에게 ‘외국으로 나가라, 창업해라, 눈높이를 낮춰라’고 권하지 않고, 대신 ‘일 많은 농촌으로 가라’고 말한다면 지나친 역발상일까?


‘공무원’, ‘요리사’, ‘광고 디자이너’, ‘선생님’, ‘뮤지션’, ‘빌딩주인’, ‘사업가’, ‘부자’, ‘재벌’, ‘히어로’, ‘월드스타’가 되고 싶어 하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농촌으로 가서 땅을 파라’고 말할 어르신이 있을까. 아니 논밭 팔아 아들딸 농사짓지 말라고 도시로 쫓아 보냈던 부모 형제들이 ‘이제, 귀농해라’고 아들딸 다시 부를 수 있을까. 귀농하면 결혼문제는? 또 아이들 교육은?


도올 김용옥은 <사랑하지 말자 ; 2012년발간>에서 “농촌이 망가지면 국민과 주권이 망한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꿈을 상실해가는 그 근원에는 농촌 붕괴라는 근원적 사태가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의 젊은 인재들에게 귀농의 꿈을 불러일으킬 정치인이 필요하다.”라고 역설한다. 그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농업은 천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큰 근본)이라는 말은 아직도 유효하다”라고” 덧붙였다.


스스로 물레를 돌려 옷까지 만들어 입었던 ‘위대한 영혼’ 간디(1869~1948) 같은 성자 정치인이라면 모를까. 우리 국회의원들이 “젊은이여! 일이 있는 농촌으로 가자!” 외치면 젊은이들이 따를까? 도올이 말한 ‘정치인’은 보통 정치인은 아니다. ‘농업인이 자부심을 가지고 살 수 있도록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줄 정치인’이다. 대통령이 나서면 될까?


‘귀농의 꿈을 불러일으킬 정치인’을 무작정 기다릴 순 없다. 전 전남도지사 노농(老農) 김재식(金在植;1923~2016) 어르신이 생각난다. 70세부터 고향 장성에 머물며 ‘늙은 농부’로 ‘농자천하지대본’을 실천하고 고향에 묻히신 분이다. 이제 우리도 젊은이에게 농촌으로 오라고 외칠 일이 아니다. 나이 든 어른, 도시에서 할 일이 없는 사람들이 농촌으로 와야 한다. 농촌에는 빈집도 많고 노는 땅도 많다. 귀향하여 먹을거리를 자급자족하고 친지 가족에게도 보내는 말년이 베풂이 있는 아름다운 말년이지 않겠는가?      2017.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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