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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동 김종남 Nov 07. 2022

일상을 게임으로 만들 수 있나요?

날마다 게임같은 날, 날마다 한 페이지씩 일기를 쓴다

관전 포인트는 게임에 재미와 함께 의미를 부여한다.

밥 먹고 잠자고 걷고 일하는 일상일수록  박진감 넘치는 관전 포인트가 필요하다. 

일상은 긴 게임이다. 단발성이 아닌 긴 관전 포인트는 무얼까?

몇 달을 고민한 끝에  드디어 단발성이 아닌 긴 관전포인트를 얻었다.

‘세상 책 다 읽으려 들지 말고 내 책 한 권 만들자!’





인생나눔교실 워크숍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을 빨리 친하게 만드는 법’을 배웠다. 두 사람이 서로 상대편 얼굴을 쳐다보며 포스트잇에 ‘상대편이 좋아하는 술과 주량, 읽는 책, 바라는 꿈’ 등 3가지 사항을 상상해 쓴다. 다음 서로 포스트잇을 바꿔 보며 첫인상이 어땠는지 이야기를 풀어간다. 


부담 없이 대화를 시작할 수 있어 좋았다. 나의 상대는 언젠가 한 번 만난 일이 있는 사람이었지만 그의 주량이나 취향까지 아는 단계는 아니었다. ‘포스트잇 바꿔 보기’ 덕분에 그가 무슨 술을 좋아하는지 주량이 얼마나 되는지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냥 어쩌다 한 번 만난 일이 있었던 상대방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얘깃거리가 많아져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런데 며칠 지나서,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그가 ‘나의 꿈’을 무어라고 상상해 썼는지 생각나지 않았다. 사실은 그때 꿈 얘기는 서로 못했었다. 지금 ‘내가 무슨 꿈을 바라고 있나’ 스스로 써보려 해도 무엇이 확실하게 잡히지도 않는다. 그가 바라는 꿈은 무얼까? 그 항목에 나는 ‘정치가’라고 쓴 것 같다. 친화력이 좋을 것 같은 첫인상 때문이었다. 그러나 실제 그의 꿈이 무엇인지 물어보지는 못했다. 


어릴 적엔 나도 무지개처럼 선명한 꿈이 있었다. “세상 책을 다 읽어보고, 세상을 다 돌아보고, 세상 사람들을 다 만나보고 싶다” 정말 무지개를 잡으려는 거창한 꿈이었다. 송나라 대문호 ‘구양수(歐陽脩)의 3대 소원’을 베낀 것이다. 다행히 철이 들면서 기자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다. 세상을 많이 돌아보고 세상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하는 직업이다. 또 세상 책도 많이 읽어야 한다. 

구양수 좌상(출처:zeroko2000.tistory.com)

꿈을 이루게 해 달라고 열심히 기도드린 덕분일까, 세계를 휘젓고 돌아다녔다. 세상을 다 돌아볼 수는 없으니 이왕이면 명소 중에서도 높은 곳에 올라보려고 애썼다. 파리의 개선문 옥상, 자유의 여신상 머리, 세인트루이스의 게이트웨이 전망대, 에펠 타워는 물론 워싱턴 타워 전망대 도 꼭대기까지 올라가려고 긴 줄에 서서 시간 여 줄기차게 기다리기도 했다. 


높은데 오르면 넓은 곳, 많은 것을 한눈에 본다. 사람들이 개미처럼 기어 다니고, 빌딩들이 과일 상자처럼 줄어든다. 숲, 대평원도 발아래 깔린다. 좁고 답답했던 가슴이 확 트인다. 그러다 어느 날 의심이 들었다. 어디까지 가보고 어디까지 올라가야 내 꿈이 이뤄지는 걸까. 많은 곳을 가보고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말대로 사진만 남았다. 무지개는 볼 수는 있었지만 잡을 수는 없었다. 


어차피 어느 누구든 이룰 수 없는 꿈이었다. 무지개 꿈이 희미해지면서 백일몽 같은 짧은 단발성 꿈들이 난무했다. 로또 복권을 사면서 백만장자가 되고 싶었던 꿈, 골프를 배우면서 홀인원을 하고 싶었던 꿈, 칼럼을 쓰면서 수만 명이 클릭해 읽어주었으면 하는 꿈, 서당에 다니면서 한문 박사가 되고 싶다는 꿈 등등. 마치 스포츠게임을 볼 때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관전 포인트 같은 꿈이다. 


이제 단발성 꿈이 아닌 긴 관전 포인트는 무얼까? 몇 달을 고민한 끝에 드디어 얻었다. ‘세상 책 다 읽으려 들지 말고 내 책 한 권 만들자!’ 이제 난 한 권 책을 어떻게 만들어 가는지, 날마다 나를 열심히 관찰한다. 날마다 한페이지씩 일기를 쓴다. ‘날마다 게임 같은 날’이다.       2015.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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