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동 김종남 Nov 17. 2022

'10년 버킷리스트' 써본 적 있나요?

어떤 리스트든 시한이 있어야 절박감이 생긴다

중학생들에게 꿈 리스트 아닌 ‘10년 버킷리스트’를 써보라 했다. 

죽기 전에 꼭 한 번쯤은 해보고 싶은 일을 쓰는 게 ‘버킷리스트’라면 

죽음이라는 절박감을 느껴보지 못한 어린 중학생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주제이다. 

그래서 시한을 ‘10년’으로 정했다.

 학생 신분인 10년 안에 꼭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 10가지씩을 쓰라는 주문이다.

 더불어 각 항목마다 언제까지 하겠다는 목표연도를 붙이도록 했다.



30만 부나 팔렸다는 <멈추지 마, 다시 꿈부터 써봐>를 쓴 작가이자 여행가, 번역가인 김수영은 여수여중 2년 때 가출한 ‘왕따 문제아’였었다. 그러나 검정고시로 실업계 고교에 들어가 골든벨을 울리고 연세대 영문과를 거쳐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입사했다. 입사 3개월 건강검진 때 몸에서 암세포가 발견되자 충격을 받아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73가지를 ‘마이드림 리스트’로 만들었다.


그야말로 김수영 꿈 리스트이다. “부모님께 집 사드리기, 킬리만자로 오르기, 뮤지컬 무대에 오르기, 스페인어 배우기 --- ”등등, 20대 초반에 쓴 그의 꿈 리스트는 버킷리스트처럼 시한(목표 기한)이 정해져 있다. 그는 10중 9를 기한 안에 이뤄냈다. “엄마와 성지순례 여행을 했고, 지중해에서 세일링을 배웠으며, ---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올랐다. 요가 강사 자격증을 따고, 타이 마사지를 배웠으며, 중국어와 쿵후도 배웠다.”


어떤 일이든 시한이 있어야 절박감이 생긴다. 어렵게 보이는 버킷리스트가 달성되는 것은 죽음이라는 연장할 수 없는 시한, 그 절박감 때문이다. 천둥벌거숭이 같은 우리 중학생 중 몇 %% 나 그러한 절박감을 느껴본 일이 있을까. 그들에게 절박감을 주기 위해 시한을 학창 생활이 끝나는 10년으로 정했다. 그때쯤이면 그들은 자립해야 한다. 추상적인 꿈 말고 좀 더 구체적인 꿈을 그려보라고 요구했다.


실례로 나의 버킷리스트도 몇 개 들려주었다. 난 해마다 새해 첫날, 버킷리스트를 정한다. 아직 진행 중인 리스트도 재확인하고 새로운 항목을 추가하기도 한다. 2005년 목표였던 한자 사범 자격증은 1년 늦게 이뤘다. 2010년부터 버킷리스트 1번이었던 ‘제주 올레길 걷기’는 목표 기한인 2014년에 절반 해냈고 그다음 해에 완성했다. 3년 시한을 잡았던 칼럼집 발간은 목표 기한(2014년)에 달성했다.


자유학기제 덕분에 만나게 된 중 1년생들은 예상했던 대로 자유 천지였다. 목표시한을 쓰라고 몇 번이나 당부했는데도 시한을 안 쓴 학생들이 절반 가까이 되었다. “친구들과 해외여행 가기, 집 한 채 지어보기, 좋아하는 연예인 만나보기, 어학연수 가기, 자전거로 국내 여행하기, 캠핑가기, ---” 듣기는 좋으나 언제까지 하겠다는 날짜가 안 보인다. 게 중 몇은 장난처럼 썼다. “낮잠 자기, 요구르트 배 터지게 먹어 보기, 일주일간 학원 안 가고 놀아보기, 의사가 될거다 ---”


물론 또박또박 꿈과 시한을 제시한 학생들도 4분의 1(댓 명)이나 되었다. “한국사 자격증 따기(2018년), 영어단어 1천 개 외우기 (2018년), 전교 10등 안에 들기(2020년), 중국어 배우고 의사소통하기 (2024년), 백두산 가보기(2026년), 첫 월급으로 부모님께 용돈 드리고 싶다(2026년), 한자 1급 자격증 (2022년)---” 목표 기한이 있어서인지 훨씬 구체적이다.


유은이는 ‘첫 월급으로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고 싶다 (2026년)’고 썼다. 성열이는 ‘부모님 모시고 내 돈으로 여행 가기 (2037년)’라고 했다. 그런데 시한을 21년 후로 멀찌감치 잡았다. 10년으로는 벅찼는가 보다. 시한을 안 쓴 한 학생도 “언제 용돈 드리겠니?”라고 묻자 ‘10년 후’라고 답한다. ‘자동차, 집을 사드리고 싶다, 가족여행을 가겠다’는 각오도 보인다. 5년 후 닥칠 대학입시는 아직 관심 대상이 아닌 듯, 한 사람만 ‘좋은 대학가기’를 썼다.


10년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긴 시간이다. 중 1년생 아이들은 10년후, 사회초년생 젊은이로 바뀐다. ‘10년 버킷리스트’는 세상보다 먼저 사람을 바꾼다. 그동안 나의 10년 버킷리스트는  나를 얼마큼 바꾸었나!     2016.10.10.









좋아요공감


공유하기


통계


게시글 관리


작가의 이전글 3행시 열리는 꿈나무 하나 있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