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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동 김종남 Nov 21. 2022

'문화중심도시'라고 누가 불러주나?

진짜주인은 소유하는 사람이 아니고 공유하는 사람이다

아시아문화전당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복합 문화공간이다.

질 높은 공연, 전시, 포럼, 인문 강좌가 쉬지 않고 열린다. 어린이 놀이터, 문화원도 있다. 

5.18때 대형태극기로 덮였던 분수대, 생과 사의 역사를 안고있는 회화나무와 광주 읍성 유적 들. 

포럼도 참여하고 하늘마당 잔디밭에 누워 무등산과 푸른 하늘을 본다.  


하늘마당쪽에서 내려다본 창조원과 문화광장한켠 (출처: 한국관광공사) 

   

너릿재 터널을 지날 때다. “빛과 예술의 도시 광주광역시입니다” 내비양 목소리가 울린다. 아! 여기서부터 광주구나, 평소 느껴보지 못한 경계선을 느낀다. 터널 안에 광주와 화순 경계선이 지나가는가 보다. 터널을 빠져나오자 말 그대로 환하게 빛나는 도시가 펼쳐진다. 아침마다 무등산이 내려주는 빛을 받아 하루를 여는 도시, 우리나라 대도시 중 일조량이 가장 많은 광주(光州), ’빛고을’이라는 이름이 잘 어울린다.


내비게이션은 ‘예술의 도시’라 말하지만, 광주 시장은 광주를 ‘예향(藝鄕), 미향(味鄕), 의향(義鄕)’이라고 부르길 좋아한다. 광주에 온 외지인은 무어라고 부를까. 지난 10월 18일 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열린 2019 아시아 문화 포럼 발제자로 참석한 서울서 온 학자 한 분은 광주를 ‘민주화 성지’라고 불렀다.


몇 년 전 제주 올레길에서 만난 50대 후반 부산사람은 ‘광주에 갈 기회가 되면 도청 앞 분수대를 보고 싶다’고 했다. ‘분수대 앞 광장을 꽉 채운 시민들, 분수대를 뒤덮었던 대형 태극기’, 5·18 민주항쟁 영상이 인상 깊었던 것 같았다. 세계적인 작가 한강이 쓴 광주 이야기 <소년이 온다> 첫 장면도 분수대 앞이다. 수십 개 관이 놓인 추도식, “여자의 선창으로 애국가가 시작된다. 수천 사람의 목소리가 수천 미터의 탑처럼 겹겹이 쌓아 올려져 ·····”.


분수대는 1980년 대한민국 민주화를 선도한 주역, 광주를 기억하게 하는 역사 유산이다. 광주는 ‘세계문화유산 고인돌이 살아 숨 쉬는 화순’, ‘대나무 숨결이 살아있는 담양’처럼 말하자면, ‘역사 유산 분수대가 살아 숨 쉬는 광주’다. 그러나 역사 유산만 가지고 ‘문화 중심 도시’라 말하기에는 부족하다. 광주는 역사 유산 터전에 문화전당이라는 미래 자산을 세웠다. 역사 유산과 미래 자산을 한 자리에 가진 광주는 문화 중심도시가 될 만하다.


훌륭한 유산과 자산은 훌륭한 주인이 있어야 유지될 수 있다. 훌륭한 주인은 자산을 그냥 물려받아 소유(所有)하는 주인이 아니고, 키우고 공유(共有)하는 주인이다. <대변동; 2019년 발간>을 쓴 세계적 문화인류학자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중국은 21세기의 주인이 되기 어렵다. 독재체제를 선택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다이아몬드 논리에 따르면 민주화를 선택한 광주는 21세기 주인이 될 자격이 있다.


민주화 이후 21세기 우리를 이끌 시대정신을 생각해본다. 산업화를 경제발전으로 보면 민주화는 정치발전이다. 경제발전, 정치발전 다음 우리가 지향해야 할 다음 단계는 문화발전이다. 문화는 경제, 정치보다 훨씬 폭이 깊고 넓다. 대한민국이 문화발전을 이루는 길은 국민이 일상에서 문화를 향유하고 문화에서 삶의 활력을 얻는 길이다. 시민이 훌륭한 문화 시민이 되어야 광주도 문화 중심도시가 될 수 있다.


‘생과 사의 역사’를 간직한 나무도 있다. 분수대가 있는 민주 광장 남쪽 끝을 지키고 있는 회화나무 2그루, 하나는 죽은 어미나무, 또 하나는 새까맣게 죽은 어미나무를 껴안고 어미가지 사이로 하늘 높이 푸른 가지를 뻗어 올린 자식 나무다. 1980년 5·18 때 시민군 초소 역할을 했던 어미 회화나무는 2012년 태풍 볼라벤 때 쓰러졌다. 생명을 잃은 어미나무 둥치 곁에 옮겨 심은 자식나무가 이렇게 컸다.


이름은 만든 사람이 주인이 아니다. 불러주고 쓰는 사람이 주인이다. ‘문화 중심도시’라는 이름은 누가 불러주는 이름인가?           2019.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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