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저녁, 하루 종일 알림이 오지 않은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알림이 오지 않는 상황이 익숙해진지도 어언 2-3년이 되었지만,
혹시라도 핸드폰이 고장 난 것은 아닌지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그러다 내가 '방해금지 모드'를 설정해 둔 걸 발견했다.
방해금지 모드라...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정도 방송작가로 일했다.
프리랜서였기 때문에 따로 업무용 메신저가 없어 들어가 있는 카톡방은 수십 개가 넘었고,
일반인 출연자, 제작진, 연예인 매니저 등 저장되어 있는 연락처는 2천 개가 넘었다.
주말 없고, 밤낮 없고, 빨간 날 없이 일하는 직종이었기에 카톡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장점인지 단점인지 하루에도 수십 통 전화를 하면서 자연스레 콜포비아 증상을 극복했다.
(*지금은 다시 생긴 것 같기도...)
그러다 여러 가지 이유로 방송작가를 그만두게 되었고,
직장인의 삶을 살면서 가장 먼저 생긴 버릇이 바로 '방해금지 모드' 설정이었다.
6시 퇴근 후, 다음날 아침 9시까지는 나는 항상 '방해금지 모드'였다.
이런 이유로 친구들과 가족들의 연락의 답장을 자주 안읽씹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미안, 방해금지 모드여서 몰랐어.'라고 답했다.
퇴근 이후에는 '온전한 쉼'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강박적으로 '방해금지 모드'를 설정하는 버릇이 생긴 것 같다.
그래도 지금은 일과 쉼의 구분을 유연스럽게 할 수 있는 시기가 되어
잠을 자기 전, 주말에 집콕할 때 정도만 '방해금지 모드'를 설정한다.
그러다 지난 주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대체로 항상 방해금지 모드인데, 방해금지 모드를 설정하는 게 귀찮아.
주변인들에게 방해금지 모드라고 말하는 것도 미안하고.
(*내 휴식을 네가 연락해서 방해했어! 라고 나무라는 느낌이 들어서)
'방해금지 모드' 대신, '연락 가능 모드'를 설정하고 싶다!
업무 시간에만 켜놓거나 내가 연락을 받고 싶을 때만 받을 수 있도록.
하루 24시간 중에 '연락 가능' 시간이 '방해 금지' 시간보다 적을 테니
아무래도 '연락 가능 모드'를 설정하는 쪽이 더 현명한 거 아닐까?
아님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