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아있었다
9월의 공기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다. 여름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었지만 가을의 냄새가 살짝 나기 시작하는 애매한 시기였다. 영종도에서 열린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에 가보니, 정말 음악으로 떠나는 여행 같았다. 아니, 그것보다도 더했다. 현실의 공간이었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도착해서 첫 번째로 눈에 들어온 것은 무대 배치였다. 실내외로 5개의 스테이지가 있었는데, 각각이 별처럼 떠 있으면서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었다. 보통 페스티벌에 가면 메인 무대, 서브 무대 이런 식의 위계가 있지만, 여기는 그렇지 않았다. 마치 별자리처럼 흩어져 있어서 관객들이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자기만의 루트를 만들 수 있었다. 스테이지 사이를 이동하는 것이 음악 속을 걷는 기분이었다.
처음 본 무대는 송소희였다. 국악 하면 뭔가 구식의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이 사람은 전통을 그대로 두면서도 완전히 현대적인 에너지를 보여줬다. 가야금 선율이 공기 중에 퍼지고 맑고 깊은 목소리가 마음을 천천히 적셔갔다. 마치 소리로 만든 연못에 빠져드는 것 같았다. 단순히 마이크로 전달되는 소리가 아니라 공간 전체를 감싸는 무언가가 있었고, 사람들을 고요하게 집중시키는 힘이 있었다.
그 다음에는 김재중의 무대를 봤다. 사실 제대로 본 것은 처음이었다. 예전 아이돌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되게 차분하고 안정적이었다. 단단한 눈빛에 부드러운 제스처로 자기만의 감정을 끌어올렸다. 목소리가 살짝 떨리는 순간이 있었는데, 그것이 오히려 더 진심처럼 느껴져서 몰입하게 만들었다. '아, 이런 사람이었구나' 싶었다.
중간에 배고파서 푸드트럭에 갔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엄청 대단한 것은 아니어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만든 것이 느껴졌고, 맛도 좋았다. 공연은 무대만 좋으면 되지만 페스티벌은 이런 것들까지 다 신경써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맛있는 음식, 기분 좋은 대기 시간, 적당한 소음, 매너 좋은 관객들, 스태프들의 질서 유지까지 말이다.
내 하이라이트는 단연 우즈(WOODZ)였다. 사실 우즈가 무대를 이렇게 잘 하는지 몰랐다. 우즈의 무대가 시작되자마자 관객들의 에너지가 확 바뀌었다. 조명이 바뀌고 사운드가 터지니까 사람들이 거의 본능적으로 반응했다. 'Drowning'이 나오기 전부터 이미 절정이었는데, Drowning이 흐르자 주변 사람들이 모두 따라 불렀다. 우즈가 무대를 진짜로 즐기는 '아티스트'라는 것이 피부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런 순간을 위해 페스티벌에 가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해가 떨어질 때쯤 볼빨간 사춘기가 나왔다. 평소에도 자주 들었지만 라이브로 들으니까 완전히 달랐다. 음원에서는 느낄 수 없는 미세한 떨림, 숨소리, 관객들과 나누는 공기 하나하나가 모두 느껴져서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목소리는 청량했고, 바람은 적당히 불었고,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번졌다. 이보다 더 페스티벌 같은 순간은 없었다.
공연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주변에서 '진짜 좋았다'는 말이 계속 들렸다. 누군가는 피곤해 보였지만 눈빛에는 아직 음악의 여운이 남아 있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희한하게 가벼웠다. 페스티벌에서는 땀을 흘리고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꽉 찬다. 그래서 다음에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이 또 열린다면, 다시 이 행성으로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