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패배 - 연극 '언더독'

공허한 삶이 아니길

by 한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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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의 제목은 <언더독: The Other Other Brontë>이다.


'언더독(underdog)'은 경쟁이나 싸움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약자, 열세의 존재를 뜻한다. 그리고 'The Other Other Brontë'는 브론테 자매 중 가장 덜 알려지고, 주목받지 못한 인물 ― 즉 앤 브론테를 지칭하는 듯하다. 하지만 더 깊이 보면, 이 표현은 '소외된 여성' 전체를 상징하는 은유이기도 하다.


샬롯 브론테가 여성 작가로서 입지를 높이며 추앙받던 시기에도, 가장 변두리에 머물렀던 이는 앤 브론테였다. 이미 소외된 집단 안에서도 또다시 주변화되는 인물이 있다는 사실, 바로 그 '이중적 소외'에 이 작품은 주목한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문단에서 배제당했던 이들 중에서도, 또 다른 위계가 작동했다. 누군가는 조명을 받고, 누군가는 그림자에 가려졌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씁쓸한 아이러니가 아닐까.


샬롯은 투쟁심이 강하고 여장부 같은 기질로 성공을 향해 돌진했다. 반면 앤은 지나치리만큼 겸손하고 순종적이었고, 에밀리는 그 중간에서 갈등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샬롯의 야망은 자매들에게 상처를 남겼다. 샬롯은 여성 작가의 자리는 한정적이라는 명분 아래, 자신의 성공을 위해 다른 자매들을 희생시켰다.


샬롯은 자신이 살아남아야 한다고 믿었다. 누군가는 대표가 되어야 하고, 그 자리는 자신이어야 한다고. 어쩌면 그것은 생존 본능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동자매는 장애물이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소외된 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려는 과정에서, 또 다른 누군가가 소외된 것이다.


이 지점에서 묘한 자기반성이 스쳤다. "나 역시 소외되지 않으려는 두려움 때문에, 누군가를 소외시키고 있지 않은가?" 나는 정말 연대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나만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모두 약자라고 말하면서도, 그 안에서 또 다른 서열을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샬롯이 이해되면서도 미웠다. 성공을 향한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모순적인지, 거울처럼 비추었다. 그녀를 비난할 수 없었던 건, 나 역시 그럴 수 있기 때문이다.


샬롯은 결국 '여성 대표 작가'라는 명성을 얻었지만, 자매들과의 갈등 끝에 모든 피붙이를 잃고 쓸쓸히 생을 마쳤다. 역사는 그녀의 이름을 기억했지만, 그녀가 마지막 순간 떠올렸던 건 아마도 명성이 아니라 잃어버린 관계들이었을 것이다.


직업적 성공이 곧 인생의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만약 그녀가 작가로서의 성취를 조금 내려놓고, 자매들과 더 따뜻한 시간을 보냈다면 마지막 순간은 덜 후회스럽지 않았을까. '함께' 빛나는 것이 혼자 빛나는 것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음을 알았더라면.


물론 타인의 인생을 함부로 재단하는 건 오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건, 성공의 과정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가 희생된다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역사에는 위대한 인물로 기록될지라도, 가까운 이들과 사랑을 나누지 못한다면 그 인생은 얼마나 메마른가. 박수갈채 속에서도 텅 빈 마음을 채울 수 없다면, 그 영광은 얼마나 공허한가.


성공을 향한 야망이 결국 가까운 이를 소외시킨다면, 그 승리는 스스로를 갉아먹는 패배일 뿐이다. 정상에 홀로 선 자의 고독은, 어쩌면 가장 비극적인 실패인지도 모른다.

%EC%8A%A4%ED%81%AC%EB%A6%B0%EC%83%B7_2025-10-01_072913.png?type=w773 출처: 더줌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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