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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기간은 파도가 철썩이던 한 겨울에 모처럼 따뜻한 햇빛에 반짝이는 윤슬같다.
조용하다. 1200명이던 급식 인원이 400명으로 확 줄어든다.
1시간 걸리던 검수시간은 20분만에 끝난다.
매일 3학교 분량의 식재료를 큰 트럭에서 꺼내주시던 기사님도 몸이 가벼워 보이신다.
조리 시간도 1시간 가량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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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도 한가하다.
이런 날에는 하고 싶었던 메뉴를 넣는다.
오늘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동파육.
식수가 많을 때는 일일이 손으로 써는 시간이 부족해서 엄두를 못낸다.
오늘만을 기다렸다.
돼지고기의 삼겹과 전지를 삶아 양념에 푹 졸인 후 썰어낸다.
간장색의 윤기가 나는 소스가 먹음직스럽다.
데쳐 낸 초록색의 청경채는 갈색의 동파육을 화사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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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육, 보쌈, 동파육 등 삶은 돼지고기 요리와 찰떡궁합인 건 막국수다.
들기름 막국수를 하려다 간장소스가 겹쳐 비빔막국수를 택했다.
오이와 배를 넣고 아삭아삭 씹히는 맛을 더했다. 배의 시원함이 감칠맛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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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짝지근 부드러운 고기와 새콤달콤한 동파육을 한입에 왕-넣으면
시원한 맥주가 땡긴다(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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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기간은 조금 불안하다
신청인원보다 더 오는 예상을 벗어난 일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시작전 조마조마한 마음이 마지막 학생의 식판까지 이어졌다.
다행히 신청인원 370명 중에 350명이 왔다.
넉넉하게 주문한 고기로 추가배식까지 완료했다.
이렇게 딱 떨어질 때면 희열감과 만족감이 동시에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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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오늘처럼 조용히, 잔잔히, 무탈하게 지나가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