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있었니
계란장조림을 했다. 간장에 청양고추와 홍고추를 송송 썰어넣고.
깐계란 1200개를 간장 속에 푸욱.
간장과 계란노른자를 살짝 눌러 흰 밥에 비벼 먹으면 맛도리(요즘 학생들이 쓰는 단어, 배웠다.)다.
배식시간.
교직식당에는 계란 100개가 나갔다. 선생님은 80이지만 여유분을 더 담아드린다.
학생들은 1100명. 실제로 밥을 먹는 아이들은 1050명쯤 된다. 50개는 여유로 나눠준다.
그런데 3,2학년 배식이 끝나고 1학년을 배식해야 하는 순간
계란이 모자라다고 하는 조리사님의 다급한 말이 들린다.
그럴리가 없는데 하면서 교직식당에 남아있는 계란까지 다 들고온다.
남아있는 학생 수는 100여 명인데, 아무리봐도 계란은 50개밖에 없다.
큰일이다. 반으로 자르기로 한다. 반 개씩 배식을 시작한다. 부족할까봐 심장이 요동친다.
그 때, 한 여사님이 소리친다.
"여기 있네!"
온장고 맨 아래칸 바트 하나에 계란이 그대로 남겨져있다.
안도감과 허탈함이 동시에 밀려든다.
일단 배식이 우선이라 학생들에게 다시 하나씩 나눠준다.
간장과 계란을 밥에 맛있게 비벼먹는 학생들을 보며 미안한 감정이 올라왔다.
이런 상황이 2번째다.
저번에는 맨 위에있는 음식을 보지 못해 부족하게 나눠줬다.
3번의 실수는 일어나면 안된다는 나의 철칙하에 조리사님과 대화를 했다.
우선, 나도 음식의 조리완성양과 보관위치를 파악 안한 것이 잘못이다.
둘째, 매번 조리완료 후 공유를 해야한다고 판단했다. 조리사님에게 번거롭겠지만 식사시간에 가볍게 이야기하면서 상황을 서로 보고하고 공유해달라고 했다. 매번 영양사가 형식적으로 물어보면 자칫 분위기가 딱딱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셋째, 바트의 갯수를 센 후 교체를 할 때 몇번째인지, 마지막인지 언급하기로 했다.
우리들에게는 한 번의 실수로 지나가겠지만
학생들에게는 온전한 음식을 먹지 못하는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